“전범국가 일본의 사죄를 당당하게 요구하시는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달고 맛있는 과자, 아이스크림을 포기해 그분들의 명예가 회복된다면 감수하겠습니다.”
광주 유덕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투쟁을 응원하는 ‘역사정의 시민모금’ 소식에 참여했다. 이들은 6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을 찾아 십시일반으로 모은 23만3320원을 흔쾌히 기부했다.
학생들은 최근 74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즈음한 수업시간을 통해 대법원에서 승소하고도 아직 일본 기업으로부터 사죄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애달픈 사연을 접했다.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판결금을 지급하려고 데 대해 “굶어 죽었으면 죽었지 그런 돈은 못 받는다”고 일본 기업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한 양금덕 할머니 사연에 감동을 받았다.
이후 학생들은 친구들끼리 용돈을 모아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학생회 부회장인 3학년 강찬(3학년 2반) 군은 집에 있는 동전을 긁어모았고, 정예린(3학년 1반) 학생은 하늘색 손지갑을 통째로 내놓았다.
서민지(3학년 4반) 학생은 “용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며 “아이스크림은 달콤하고 맛있지만 그분들의 소망과 맞바꿀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3학년 친언니 임 수하(3학년 2반)양의 모금 소식을 들은 동생 인수인(1학년 4반)양은 “언니의 뜻을 따르겠다”며 동참했다. 추석에 받은 용돈에서 남은 일부를 모금함에 기꺼이 넣었다. 수하·수인 자매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여하고 싶었다”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힘을 실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최근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들은 “동상을 뒤늦게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의를 지키자”는 구호를 용돈 전달식에서 함께 외치기도 했다.
일본 피고 기업의 사죄와 직접 배상을 촉구하며 정부의 판결금 수령을 거부 중인 피해자들의 투쟁을 응원하기 위한 ‘역사정의시민모금’은 6일 현재 6억3662만6960원에 달한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를 통해 지난 8월 양금덕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 등 피해자 2명과 고인이 된 유족 등에게 각각 1억원씩 4억원을 응원기금으로 우선 전달한 바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