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찾아온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응대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인종차별’ 지적에 대해 ‘뉘앙스를 고려해 정중하게 말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정치권 안팎의 비판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환자는 서울에 있다, 별로 할 말이 없다) 그 얘기를 한국말로 했을 때 인 위원장이 못 알아들을 리 없다”며 “한국말로 표현 안 되는 뉘앙스를 전달하기 위해 영어로 했다는 건 정말 변명치고는 치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내가 좀 무리했던 것 같다’고 했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예일대 정신과 교수의 지적처럼 미국에서 정치인이 귀화해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말했다면 아마 심각한 문제가 벌어졌을 거다. 하버드대 나온 이 전 대표가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한국계 미국인 2세에게 미국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한국어로 비아냥대면서 했다면 그 사람은 인종차별로 퇴출될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채널A에서 “(미국이었다면) 인종차별 스캔들이 퍼지고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BBS라디오 ‘아침저널’에서 “당이나 혁신위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 전 대표는 점점 멀어지는 행보를 보여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제기된다. 비명(비이재명)계로 통하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가) 영어를 사용하고 호칭을 미스터 린튼으로 하는 건 인 위원장이 이방인임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 제스처”라며 “인 위원장은 한국이 고국”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던 중 자신을 찾아온 인 위원장을 ‘미스터 린튼’으로 칭하며 영어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 “제발 우리 편에 서 달라. 그리고 우리와 같은 언어로 말해 달라” 등의 언급을 했다. 이는 인종차별에 가까운 모욕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이튿날인 5일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 조합’에서 “(인 위원장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영어로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모든 말을 영어로 했을 것이다. 참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며 “언어 능숙치를 생각해서 이야기했는데 그게 인종차별적 편견이라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인 위원장이 언론에서 발언하신 걸 보면 뉘앙스 때문에 고생하신 적이 많다. 저는 굉장히 정중하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민주당 내 비명계와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비명계와 접촉하느냐는 물음에 “틀린 말 하겠나”라며 “비명계가 거대한 조직이라 마음이 맞는 사람도, 마음이 안 맞는 사람도 있고 다양하다. 당연히 얘기는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