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판매·관리’ 주무 부처를 자신하는 국세청이 국내 증류식 소주(수입산) 출고량과 관련해 석연찮은 통계를 공표해 논란이다. 일반적인 추세와는 달리 터무니없이 폭등한 수치를 내놨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홈술 인기 여파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관세청 등이 공개한 여타 통계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 의구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7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류식 소주(수입산) 출고량은 58만1000ℓ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8만8000ℓ)보다 560.23%나 급등한 수치다. 해당 출고량은 2016년 10만4000ℓ, 2017년 10만7000ℓ, 2018년 11만8000ℓ, 2019년 8만8000ℓ, 2020년 7만1000ℓ 등 약 10만ℓ 안팎을 기록해왔다.
국내 증류식 소주(수입산)는 수입 통관해 창고에 넣어놨다가 이후 세금을 붙여서 창고에서 바로 출고시킨 제품을 말한다. 이 주류의 출고량 및 수입량을 공개하는 곳은 크게 국세청, 관세청, 한국무역협회다. 관세청은 수출입통계를, 국세청과 한국무역협회는 관세청의 자료를 토대로 주류 카테고리별 합산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이들 통계는 해마다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문제는 지난해에만 유독 통계들간의 간극이 심했다는 점이다. 무역협회가 공개한 지난해 국내 증류식 소주(수입산) 수입량은 25만838ℓ로 직전 연도(9만4676ℓ)와 비교해 164.93% 증가했다. 해외에서 들여온 증류식 소주의 수입량이 2.65배 늘어난 데 그친 반면 출고량은 6배나 뛴 것이다.
출고량이 수입량을 앞지른 점도 미스터리다. 지난해 국내 증류식 소주(수입산)의 출고량(58만1000ℓ)은 수입량보다 2배가량 높게 나왔다. 일반적으로 출고량은 수입량보다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된다. 수입량은 앞으로 팔아야 할 술을 창고에 쌓아놓는 것까지 포함하지만 출고량은 실시간으로 그때그때 나가는 제품량을 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국세청이 ‘통계오류’를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홈술 인기에 증류식 소주 수입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 상승분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잘 팔린 브랜드 제품이 정작 시장에선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점도 물음표를 띄우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 1~2위 일본 주류 수입업체에선 ‘우리도 그정도는 못 팔았는데 누가 도대체 뭘 판 거냐’란 말이 돈다”고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코로나 계기로 홈술족 늘면서 일본산 소주가 인기끌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해당 통계는 본청이 생산하는 게 아닌 관세청 자료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