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건너온 성씨들…제주도 입도 시조 현황 조사 추진

입력 2023-11-06 13:33 수정 2024-04-26 13:08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에 있는 밀양박씨 은산부원군파 입도조 박후신의 묘역. 제주도 제공

제주의 성씨 중 청주 좌씨는 1273년 원나라 조정이 제주에 파견한 목마장 감목관 좌형소라는 인물이 입도 시조(始祖)다. 여기서 청주는 중국 칭저우(산둥성 청주)를 말한다. 당시 좌형소는 원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제주에 정착해 뿌리를 내리면서 청주 좌씨는 2015년 현재 제주에 1914명이 살고 있다.

제주에서 처음으로 성씨별 입도 시조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진다.

제주도는 제주학연구센터와 함께 제주 입도조 현황 조사를 추진해 연내 1차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대상은 족보 등 기록물을 통해 파시조(派始祖)가 구분되는 800여개 본관별 성씨 가운데, 16세기 조선시대 전후 제주로 들어온 기록이 있는 112개 성씨다.

이 중 올해는 남평 문씨 등 59개 성씨 입도조 조사를 진행하고, 내년에 인동 장씨 등 53개 성씨 입도조 조사를 추진해 각각 보고서를 발간한다.

그동안 입도조 조사는 대부분 2000년 이전에 발간된 문헌자료에 의존하거나, 개별 성씨에 대해 부분적인 연구만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선 대상 성씨에 대해 인구 통계 분석과 전근대 문헌사료 조사를 진행한다. 종친회·문중회를 통해 족보 등 기록자료를 수집하고, 입도조 묘역에 대한 현장 조사도 병행한다.

올해 조사에서는 특정 마을에서 여러 대에 걸쳐 살아오고 있는 세거성씨(世居姓氏) 기록과 남평 문씨 남제공파, 김해 김씨 좌정승공파 등 12개 종친회·문중회 족보, 회지 자료를 확보했다. 또 조선 전기 도내 40여개 입도조 묘역 현지 조사를 완료했다.

제주도는 제주가 한반도와 분리된 섬으로 오랫동안 육지부와 단절된 지역이었던 만큼 새로운 성씨의 입도가 전쟁이나 조정의 난 등과 관련된 역사 문화적 자원으로서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 제주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성두 제주도 문화정책과장은 “산재된 제주 입도조의 유·무형 자료를 체계적으로 조사해 미래 제주가치를 창출할 역사문화의 보고(寶庫)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에는 총 2086개 성씨가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