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6일 경기도 파주 지산초 교사 40대 김모씨의 교권침해 사안과 관련해 학부모 A씨 등을 경찰에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이같이 시·도교육청에서 열린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수사의뢰가 된 경우는 단 0.2%였다. 경기도교육청이 아동학대신고 협박 등 교권침해가 빈번히 일어난다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강도 높은 대응을 결정한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김모씨가 지산초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던 학생 B군의 학부모 A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교육감 명의 수사의뢰를 결정했다. A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김씨의 수업 등을 녹취하게 해 교장 면담과 반학부모 모임에서 배포(통신비밀보호법 위반)하고, 김씨의 발언을 허위로 꾸며 “성격파탄자” 등으로 부르며 공연히 모욕(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학부모의 교권침해 사안으로 교육감 수사의뢰까지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교육부 교원정책과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시·도교육청에서 열린 교보위는 6501건이었지만 수사의뢰까지 이어진 경우는 단 13건이다. 확률상으로는 단 0.2%였다. 13건 중 가장 다수 혐의는 폭행(4건) 그 뒤로는 협박(2건)과 불법촬영(2건)이 있었다. 학교 현장과 교육청이 교권보호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 교육감은 교권 위협 실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교사 보호를 위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수사의뢰에서는 당초 심의에 올랐던 A씨의 협박과 강요 혐의 등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27일 A씨에 대한 지산초 교보위에 따르면 A씨는 교장과 교감 면담 자리에서 수차례 수사기관과 교육청에 김씨를 아동학대 신고를 하겠다(협박)고 말했다. 또 김씨의 담임교사 직위해제와 교사직 해임을 요구(강요)했다. 교사 김씨는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의사 소견에 따라 병가와 질병 휴직까지 냈다.
이 교보위는 A씨의 처신에 대해 ‘교육 활동 침해행위가 인정된다’며 A씨와 B군에게 특별교육을 받도록 조치했다. 교육감 수사의뢰도 의결했다. 김씨의 명예회복을 위해 반 학부모들에게 김씨 병가·질병 휴직 사유를 안내하라고 결정하기도 했다.(국민일보 10월 19일자 12면 참조)
그러나 지산초는 업무 메신저를 통해 1학년 해당반 학부모들에게 “김○○ 선생님의 병가 질병휴직 사유는 교육활동침해로 인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한 문장만 전달했다. 이 메시지로 자녀의 담임교사가 학교에 더이상 나오지 않는 영문을 알게 된 학부모는 거의 없었다고 전해졌다. 김씨는 지금까지 “교사직으로 복귀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박상수 변호사는 “교원지위법상 관리자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은폐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교장과 교감 뿐만 아니라 교육청까지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사안”이라며 “지금까지 교사가 용기를 내 교보위가 열린 건중 수사의뢰된 비율이 0.2%라는 게 지금의 교권현실을 말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관리자들의 교권침해 방조 사건이 많다”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