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문제로 다툼이 생기자 상대방 차량을 자신의 차량으로 막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운전자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초 검찰은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된다며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무직 상태였던 운전자의 운전을 ‘업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 A씨에게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 4월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주차장에서 빈 공간을 찾던 A씨는 차량이 한 대 빠지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주차하려고 했다. 하지만 A씨 앞에서 운전하던 B씨가 후진해 이 자리에 차를 세웠다.
이에 A씨는 “내가 주차하려고 10분이나 기다렸다. 차를 빼라”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주차장에 들어와 기다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맞섰다.
화가 난 A씨는 B씨의 차량 앞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해 길을 막아버리고 자리를 떠났다.
차를 뺄 수 없게 된 B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도 A씨에게 전화해 차량을 이동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까지 했지만 A씨는 “내가 변호사를 사든지, 벌금을 내든지 할 테니 사건을 접수하라. (상대 운전자가) 사과하지 않으면 절대 빼주지 않겠다”고 버텼다.
결국 B씨는 한 시간가량 차량을 움직이지 못했다.
검찰은 A씨의 이같은 행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봤다. 검찰은 위력으로 B씨의 자동차 운전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A씨는 검찰의 약식기소에 불복, 정신 재판을 청구해 무죄를 받았다.
채 판사는 무직 상태인 B씨가 개인적 목적으로 차량을 운전했던 것인 만큼 ‘업무’ 목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채 판사는 “대법원 판례상 업무방해죄의 업무는 사회생활상의 지위를 근거로 해 계속해서 종사하는 사무나 업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길을 막은 것은 인정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의 운전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