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잔다던 이선균, 불면증 약 오인?…과거 지디 닮은꼴

입력 2023-11-06 07:11 수정 2023-11-06 10:19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씨가 4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2차 소환조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시스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48)이 ‘유흥업소 여실장에게 속아 마약인 줄 모르고 투약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을 두고 과거 그룹 빅뱅 출신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5)이 투약 고의성을 부인했던 것과 닮은꼴 진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를 받는 이선균은 지난 4일 오후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서 받은 2차 소환조사에서 “유흥업소 실장 A씨(29·여)에게 속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씨는 “A씨가 불면증으로 처방받은 약이라며 무언가를 줬다.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투약 혐의를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은 전면 부인한 것이다.

201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입건됐던 지드래곤도 비슷한 진술을 했었다. 당시 그는 “일본 콘서트 뒤풀이 중 한 클럽에서 모르는 이가 준 담배를 피웠는데 그게 대마초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당시 검찰에서 진행한 지드래곤의 모발 검사 결과 대마초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몰랐다’는 본인 진술과 초범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지드래곤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씨가 4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 논현경찰서에 출석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한편 이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잠을 잘 잔다”고 말했던 터라 굳이 타인이 불면증으로 처방받은 수면제 성분의 약물을 의심 없이 받아먹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씨는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잠’ 관련 인터뷰에서 자신의 수면 습관에 대해 “다른 배우들은 불면증이 있다는데 나는 잘 자는 편이다. 평소 6시간 정도 잔다”고 말했다. 또 “술과 약에 의존하지 않고 일할 때는 알람을 맞춰놓고 깬다. 오히려 아내 전혜진이 예민해 나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할 정도”라고도 했다.

이씨는 올해 초부터 서울 강남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자택에서 대마와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그러나 소변 간이시약 검사와 모발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감정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2012년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마약 사건 관련 언급을 하는 지드래곤. SBS 방송화면 캡처

A씨에게 마약을 건네받아 투약한 혐의를 받는 지드래곤도 6일 경찰 소환조사를 받는다. 경찰은 이날 지드래곤을 상대로 간이시약검사를 진행해 투약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 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드래곤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도 임의제출받을 예정이다. 앞서 지드래곤은 변호인을 통해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며 “수사기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월 중순 “서울 강남 유흥주점에서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를 구속하고 이씨와 지드래곤 등 4명을 형사 입건했다. 재벌가 3세를 비롯해 방송인 출신 작곡가와 가수 지망생 등 모두 5명도 마약 투약 의혹이 있다고 보고 입건 전 조사(내사)를 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