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다수 식당은 삼겹살 1인분(150g)에 1만5000원 안팎인 차림표를 내민다. 100g당 1만원 꼴이다. 성인 4명이 6인분을 먹을 경우 10만원에 육박하고 후식 등을 추가하면 10만원이 넘는다. 물가가 오른 탓이라지만 이상한 부분이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삼겹살 100g당 평균 소비자 가격은 2564원이다. 외식 가격과 거의 4배 차이가 난다.
최근 돼지고기 가격 추이를 보면 삼겹살값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10월 돼지고기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3~4.2% 사이를 오갔다. 1·3·4월을 제외한 7개월은 가격이 전년보다 내렸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외식용 삼겹살 물가는 떨어진 적이 없다. 적게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에서 많게는 8.9%까지 뛰어올랐다.
삼겹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5.1%가 오른 반면 같은 기간 외식 등 음식 서비스는 6.4%가 올랐다. 정부가 외식 물가를 잡겠다며 소상공인에게 재료 구매 시 세제 혜택을 주고 빚 탕감책까지 꺼내 들어도 이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원인은 복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코로나19 이후 외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수요가 늘어난 상황을 틈타 그동안 억눌렸던 가격 인상 요인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첫 번째 인상 요인은 임금이다. 2020년 최저임금은 4년 전인 2016년 대비 42.5%나 상승했지만 팬데믹 기간 대면 업종이 타격을 받는 바람에 가격에 반영이 어려웠다. 최근 3년간 오른 가격이 뒤늦게 반영되는 측면도 있다. 돼지고기 가격은 2020~2022년 3년간 매년 전년보다 10%가량 뛰어올랐다.
물가 상승에 이런 배경이 있다 보니 정부의 물가 관리 노력이 효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라면, 설탕, 우유 등 7가지 품목을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품목별 담당자를 정하고 이들이 시장 동향을 수시로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식품 원재료와 직결되는 품목이 많지만 외식 물가까지 영향력이 미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지만 인건비 등 그동안 억눌렸던 부분이 있어 해소까지 다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박세환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