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떨어져도 김장 비용은↑…사과·배도 배로 올랐다

입력 2023-11-05 16:05
한 시민이 5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채소가게 매대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본격적인 김장철이 다가왔지만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과 등 과일 가격은 지난해보다 배로 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5일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4.6% 오르며 지난 2월(5.5%)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9월(12.8%)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오름폭인 12.1%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1~10월 생강 가격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97.0%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고, 당근(33.8%)과 양파(21.5%) 가격도 크게 올랐다.

배추 가격도 지난해보다 비싸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배추 도매가격이 상품 기준 10㎏에 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5561원보다 43.9%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5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과일가게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사과(후지·상품) 도매가격은 이달 10㎏에 최대 5만4000원으로 1년 전 2만7800원보다 94.2% 오를 전망이다. 연구원은 “생육기 기상 악화로 병해충 발생이 늘면서 올해 사과 생산량은 전년 대비 24% 감소할 것”이라며 “사과의 크기와 품질도 전년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배(신고·상품) 가격도 15㎏에 최대 5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81.0%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농산물 가격 인상은 이상기온으로 생육 시기가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유독 길었던 장마로 낙과도 많이 발생했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병충해 피해도 커졌다.

특히 올해 폭염과 늦더위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에 직격탄이었다. 추운 환경에서 자란 배추는 잎이 많고 속도 꽉 차지만 고온에서는 속이 짓무르거나 잘 자라지 못한다.

다만 전국에서 가을배추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점차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 배추 1포기당 소매 가격은 평균 3611원으로 한 달 전(6612원)보다 45.4% 낮아졌다.

김장 주재료인 무도 생산량이 늘면서 지난달보다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김장 시기를 늦추는 것이 가격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조사에서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올해 4인 가족 기준 김장배추 포기 수는 19.9포기로 전년보다 1.9포기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며 “김장 시기는 11월 중순~12월 상순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