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에 단속에 압박에… “갤럽, 중국서 사업 철수”

입력 2023-11-05 09:00 수정 2023-11-05 09:42

글로벌 여론조사 및 컨설팅 업체 갤럽이 중국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의 방첩법 시행 이후 검열 및 단속 강화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자 중국 철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갤럽은 최근 고객들에게 중국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며 “일부 프로젝트는 중국 밖으로 이전하고 나머지는 취소하기로 통보했다”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갤럽은 베이징, 상하이, 선전 세 곳의 사무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으며 현지 직원 중 몇 명을 유지할지는 불분명하다고 FT는 전했다.

FT는 “갤럽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결과가 나온 글로벌 여론조사를 발표 이후 중국 당국 분노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갤럽은 지난 3월 주요 21개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발표하며 중국에 대한 미국인 호감도가 역대 최저인 15%에 그쳤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갤럽은 당시 “중국과 러시아 호감도는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며 “두 나라는 미국의 최대 적으로 여겨지며, 특히 중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중대한 위협이라고 미국인들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고서가 나오자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갤럽은) 중국을 봉쇄하고 미국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라며 “국제무대에서 중국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한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FT는 “다른 컨설팅 업체들도 보안당국의 검열 및 조사 강화로 중국 내 비즈니스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술 전문 컨설팅 업체인 포레스터리서치가 중국에서 사업 철수를 결정하며 애널리스트 대부분을 해고했고, 거슨 레만 그룹도 지난여름부터 중국 내 인력 감축을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 베이징 사무소를 급습해 중국인 직원 5명을 연행하고 해당 사무실을 폐쇄한 바 있다. 미국 베인앤컴퍼니, 캡비전 등도 당국 조사 대상이 됐다. 캡비전은 지난달 위챗 계정에 “정부 지도에 따라 우리 회사는 진지하게 반성하고 허점을 확인해 단점을 보완했다”며 “우리는 국가 컨설팅업계 발전 과정에서 안보의 최저선(마지노선)을 결연히 수호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성명을 올리기도 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