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카카오가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를 만든다. 가뜩이나 은행·택시 사업으로 ‘갑의 횡포’라는 눈총을 받는 카카오의 위기 대응 전략 중 하나로 해석된다. 그러나 실적 악화, 정치권의 압박에 이어 비윤리적 경영까지 도마에 오른 카카오가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카오는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으로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고 3일 밝혔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지금 카카오는 기존 경영방식으로는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빠르게 점검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부터 준법과 신뢰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들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지난 2월 SM 인수를 두고 하이브와 경쟁하던 상황에서 주가를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사경은 이들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시세 조종 의혹은 하이브가 “SM에 대한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수면으로 올라왔다. 이들 3명은 의도적으로 SM 주식 5% 이상을 보유하고도 공시하지 않아 대량보유보고 규정을 어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배 대표는 지난달 19일 구속됐다.
김범수 센터장 역시 지난달 24일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특사경의 조사를 받았다. 특사경이 대기업 총수를 공개 소환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카카오의 대내외적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을 이어온 계열사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경력 10년 차 이상 직원과 직책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운영사 브이씨앤시(VCNC)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적자가 심한 다른 계열사도 인력 감축에 나섰다.
정치권의 압박도 카카오를 조이고 있다. 거대 자본을 앞세워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북 카페에서 주재한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인을 다 시켜놓고 나서 가격을 올린 것이기 때문에 이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며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안 된다. 독과점의 부정적인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니까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