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악명 높았던 ‘마약왕’이 처음 들여온 뒤 개체수가 급증해 골칫거리가 된 하마 떼 일부가 결국 안락사당할 운명에 놓였다.
수사나 무하마드 콜롬비아 환경부 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을 열어 올해 안에 마그달레나 강 인근에 사는 하마 떼 중 스무 마리를 중성화하고 일부는 안락사시킬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중성화 처분은 다음 주부터 시작되며 2025년까지 40마리를 더 중성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무하마드 장관은 말했다. 하마 한 마리를 중성화시키는 데에는 평균적으로 9800달러(약 13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락사 대상 규모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들 하마는 콜롬비아의 마약상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개인 소유 동물원에서 키우던 하마의 후손이다. 마약왕이 키워왔다는 상징성 때문에 이 하마들은 ‘코카인 하마’란 별칭도 갖고 있다.
1980년대 마약 조직 ‘메디인 카르텔’을 이끌며 코카인 거래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축적했던 에스코바르는 안티오키아주에 있는 개인 별장에 동물원을 만들어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하마와 코끼리, 기린 등을 길렀다.
그가 1993년 군경에 사살된 뒤 다른 동물들은 동물원으로 팔려 갔지만 하마들은 근처 강과 초원, 습지 등에 풀려났다. 당시 4마리였던 하마들은 습지가 많고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무서운 속도로 번식하며 최근 166마리까지 늘어났다.
마약왕의 반려동물이었던 이 하마들은 몇 년 전부터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고유 생태종을 파괴하는 등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지난 4월 1t 무게의 하마가 수도 보고타와 메데인을 잇는 도로에 뛰어들었다가 달리던 SUV 차과 부딪쳐 죽은 사고도 있었다. 당시 차량 탑승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콜롬비아 정부는 2021년부터 중성화와 해외 이송 등을 통해 개체 수 조절을 시도해왔다. 지난해에는 이들을 ‘외래 침입종’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최대 80마리로 추정됐던 하마 떼는 지난해 130마리까지 늘어났으며 최근에는 160마리를 넘기며 개최 수 조절 시도가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콜롬비아 정부는 하마 떼를 이대로 둔다면 2035년에는 1000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무하마드 장관은 중성화가 유일하거나 충분한 대책은 아니라면서 “중성화만으로는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없다”고 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중성화·안락사와 함께 하마들을 멕시코나 인도 등의 국가로 이송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