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일 당내 이른바 ‘기득권 세력’을 향해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출마’를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언급한 불출마·수도권 출마 대상자는 당 지도부, 중진 의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다. 당내에서는 “벌칙 주듯이 공천해선 안 된다”는 반발이 쏟아졌다. 반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인 제안”이라는 응원 목소리도 나왔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차 회의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 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지역,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이어 “우리 당은 위기이고 더 나아가 나라가 위기인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희생의 틀 안에서 결단이 요구된다”며 “과거에는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정치하는 분이 많은 이득을 받았는데, 이제는 국민에게 모든 걸 돌려주고 정치인이 결단을 내려 희생하는 새로운 길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파격 제안은 ‘인요한 혁신위’의 2호 혁신안에 포함된 내용은 아니다. 당초 혁신위는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난상토론 끝에 공식 안건으로 논의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혁신위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권고’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공식 의결은 아니고 당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자는 의미”라며 “당 지도부와 중진들,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의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그 어떤 위원들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혁신 대상자로 언급된 당 지도부, 중진, 친윤계 의원들 범위에는 “당에서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혁신위 권고에 국민의힘은 술렁였다. 충청권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이 다져놓은 지역구 다 빼앗기고 총선에서 필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영남권 중진 의원도 “무소속 출마가 늘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의원은 “희생 프레임 탓에 지역에서 밀려날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은 가만히 있겠나”라며 “당내 분란만 촉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로부터 제안이 온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친윤계와 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친윤계 의원은 “공천을 벌칙 주듯 해서는 안 된다. 희생도, 헌신도 아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인사도 “누가 선거에 나갈 것이냐 하는 것은 유권자들이 결정하고 선택할 문제”라고 했다.
혁신위의 파격 제안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충청권 한 중진 의원은 “당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 기꺼이 따르겠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2호 혁신안’으로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및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현역의원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을 의결했다.
박민지 이종선 구자창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