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내 병원에서 시신 냉장고 가동마저 멈춰야 할 정도로 연료가 고갈되는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격화되고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2일(현지 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성명을 통해 이날 오전 가자 북부에 위치한 베이트 라히아의 인도네시아 병원에서 발전기가 멈춰섰다고 밝혔다. 이 병원은 사흘 연속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집중된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 자발리아에 인접한 곳이다.
보건부는 “해당 병원은 소형 예비 발전기를 가동했지만 대부분 병실의 전등을 꺼야 했다”며 “산소 발생기 대신 실린더에 의존해야 하며, 시신 보관소의 냉장고도 전원을 꺼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예외적 조치를 통해 인도네시아 병원은 며칠 더 운영할 수 있게 됐지만, 향후 전기나 연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해왔다. 같은 달 20일부터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을 통해 구호품이 공수되기 시작했으나, 이스라엘은 연료의 경우 하마스가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다며 반입을 여전히 불허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군(IDF) 수장도 가자지구의 병원 가동을 위한 연료 반입을 허용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회견에서 “(가자지구 내 병원 연료가 고갈되면) 철저한 감독하에 병원으로 연료가 이송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부터 가자지구 북쪽 자발리아 난민촌에 공습을 퍼붓고 있다. 지난 2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자발리아 난민촌 공습으로 최소 195명이 사망하고 77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테러 기반 시설을 목표로 한 공격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자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