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도로 가져가란 남현희, 왜 피해자 보상 안 나설까?

입력 2023-11-03 11:16 수정 2023-11-03 11:31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가 전 연인 전청조씨로부터 받은 선물들. SNS 캡처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가 본인 명의로 된 시가 3억원대 벤틀리 차량 구매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놨다. 전 연인 전청조(27)씨가 남씨 몰래 남씨의 동생에게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를 받아가 차량 구입과 명의 등록까지 한 뒤 깜짝 프러포즈 선물을 해줬다는 것이다.

남씨의 법률대리인은 3일 국민일보에 “전씨가 남 감독 동생에게 ‘벤틀리 차량을 깜짝 프러포즈 선물로 구매하겠다’면서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를 구해달라고 말하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증거로 남아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전씨가 지인들로부터 받아 남 감독에게 줬던 깜짝 프러포즈 축하 동영상을 보면, 남 감독이 전씨의 벤틀리 구입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남씨는 이같은 증거자료를 전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 송파경찰서에 제출할 계획이다.

남씨는 또 전씨에게 받은 벤틀리의 소유권을 포기하고 싶다는 의사도 재확인했다. 남씨 측은 “경찰에 벤틀리 차량을 압수해달라고 자진 요청하면서 동시에 전씨에게 차량 소유권을 이전하는 소송도 제기했다”고 말했다. 전씨가 사기 범죄 수익금으로 산 것으로 알려진 벤틀리를 남씨가 계속 소유하고 있으면 공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씨 측은 전씨 사기 행각으로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한 보상 문제와 관련해선 피해자와 피해 규모가 수사 등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방법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씨가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서는 것이 자칫 공범 의혹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남씨 측은 “전청조의 사기에 가담하지 않은 남 감독으로서는 누가 피해자인지, 피해자별 피해액은 얼마인지 등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일부가 먼저 남씨에게 찾아와 “벤틀리를 팔아라. 그 돈을 가져가겠다”며 매각을 요구한 사실도 있다고 한다. 남씨 측은 “특정 피해자에게 물건을 넘겨주면 나머지 피해자들은 또 다른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피해자에게 직접 물건을 넘길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벤틀리 매각을 통한 보상 방안에 대해선 “아무리 선의로 매각하더라도 몰래 팔아 판매 대금을 은닉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살 것이 두려웠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 진심으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남씨 법률대리인은 “상식으로 잘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괴상한 사건”이라면서도 “남 감독은 누구보다 철저히 이용당했다. 조용히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모든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