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알레스 남부 마을의 한 80대 노부부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아프리카 나무 가면을 팔았다가 가면이 수십억원의 가치를 지닌 사실을 알게 된 뒤 취소 소송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BBC 보도 등에 따르면 경매에 나와 420만 유로(60억3000만원)에 낙찰된 ‘Ngil 마스크’를 놓고 지난주 재판이 열렸다.
유물에 얽힌 사연은 202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레스 남부 마을에 별장을 갖고 있던 80대 노부부는 별장을 팔기 위해 내부를 정리하면서 다락방에 있던 물건들을 중고품 상인에게 한꺼번에 넘겼다. 문제의 가면도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 노부부는 해당 가면을 150유로(약 21만원)에 팔았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2022년 3월 노부부는 신문에서 자신들이 판 가면이 경매에서 익명의 입찰자에 의해 420만유로(약 59억8000만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알고 보니 해당 가면은 19세기 아프리카 가봉의 팡족이 만든 것으로, 파블로 피카소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유명 화가에게 영감을 준 유물이었다.
노부부는 알레스 법원에 판매 무효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노부부 변호인 측은 “중고품 상인에게 완전히 속았다”면서 “극히 희귀한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결코 헐값에 가면을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중고품 상인은 자신도 경매에 부치기 전까지 가면의 가치를 몰랐다고 반박했다.
가봉 정부와 시민단체까지 가세하며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가봉 정부는 해당 가면이 애초 식민지 시대에 도난당한 것이기 때문에 본국으로 반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면이 발견된 별장은 노부부의 할아버지 것이었는데 그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가봉의 총독이었다고 한다.
사건에 대한 프랑스 법원의 판결은 오는 12월 나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