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선 “서울 편입하자”…서울선 “경기 얻으려다 서울 잃는다”

입력 2023-11-02 18:10
국민일보DB

여권이 추진하는 ‘메가 서울’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맞닿은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서울 편입’ 요구가 분출하지만, 경기도 접한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편입 반대’ 목소리가 일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의 백경현 경기 구리시장은 2일 구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로 촉발된 여권의 ‘메가 서울’ 프로젝트에 구리시가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특히 ‘메가 서울’이 국민의힘 소속의 시장이 있는 경기 하남시·남양주시·성남시·고양시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경기도와 접한 서울 일부 지역의 기류는 다르다.

국민의힘 험지로 꼽히는 서울 도봉·중랑 등의 청년 당협위원장은 “서울이나 잘해보자”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이날 시청 상황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리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서울 편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며 “(서울 편입이) 구리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백 시장은 이어 “서울시 편입으로 교통 인프라가 향상되고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행정·재정 권한이 축소되지 않고 유지된 상태의 편입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백 시장은 “구리시의 서울시 편입에 대한 시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일부 지역들도 당협위원장 등을 통해 서울 편입 관련 의견을 국민의힘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기 하남시, 의왕시, 과천시, 고양시 등 일부 당협에서는 주민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혁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고양과 서울은 행정구역만 분리돼 있지 생활 권역은 하나”라며 “긴급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400명 중 93.1%가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주민들이 매우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이 서울 편입 관련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광명시 당협위원회도 서울 편입을 주장하며 여론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경기 민심을 잡으려다가 서울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포 하나 더 붙여서 덩치만 키운다고 서울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실 있게 서울을 잘 챙기자, 있는 서울이나 잘해보자”고 강조했다.

이승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도 1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구리와 이쪽을 얻자고 서울 외곽 주민의 마음을 잃게 된다면 더 큰 것을 잃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메가 서울’을 위한 ‘수도권 주민 편익 개선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장에는 토목공학박사 출신의 5선 중진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이 임명됐다.

박민지 정우진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