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점심시간이 한창인 정오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일하는 직원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직원들 손에는 일제히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베이글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이 베이글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빵이다. 베이글 가게의 본점인 서울 종로구 안국역점엔 이른 새벽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다. 이날은 여의도에서 수백m 인간 줄이 생기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베이글 가게가 여의도에 생기기라도 한 것일까. 이날 여의도에서 베이글을 받을 수 있는 건 LG트윈타워에서 근무하는 LG그룹 직원들뿐이었다. 올해 2월부터 시작한 LG트윈타워 저층부 공용공간 리모델링 공사로 9개월 가까이 불편을 겪고 있는 직원들을 위해 ㈜LG가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다.
지난 9월부터 정문을 폐쇄하고 후문과 임시 출입구로 다녀야 하는 등 직원들의 불편이 가중돼 이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베이글 증정 행사를 마련했다고 한다. LG 관계자는 5일 “공사에 피로도를 느낀 구성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준비한 이벤트”라고 전했다.
리모델링 담당 부서는 1개월 이상 이벤트를 준비했고, 직원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일지 논의한 끝에 런던 베이글로 의견을 모았다. 워낙 인기가 좋아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예상대로 반응은 뜨거웠다. 건물 서관과 동관 임시 출입구에서 각각 2000개씩 나눠줬는데 점심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동났다. 이튿날인 지난 1일에도 4000개의 베이글이 ‘완판’됐다. 직원당 하루 1개씩만 베이글을 나눠줬는데 그야말로 ‘순삭’(순간 삭제)이었던 셈이다. LG그룹사의 한 직원은 “너무 줄이 길어서 베이글을 받지 못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벤트에 대한 직원들 평가도 좋다. LG그룹의 한 직원은 “런던 베이글을 받으니 리모델링 공사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LG 직원도 “런던 베이글 들고 여의도를 걷는데, 누가 런던 베이글 생겼냐고 물어봐서 회사 이벤트라고 자랑했다”며 애사심을 드러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LG그룹은 리모델링에 직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를 위해 LG트윈타워 근무 직원 전용 카카오톡 채널 ‘LG트윈타워 트위니’도 개설했다. 이곳에서 리모델링 공사 정보와 공지사항을 한 번에 알리고 임직원 의견도 수시로 받고 있다. LG트윈타워엔 지주사인 ㈜LG를 비롯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 CNS 등 5개사 임직원 약 6500명이 근무한다.
리모델링이 끝나기 전인 데도 직원들은 벌써 신이 나 있다.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피트니스 시설과 사내 병원을 신설키로 했기 때문이다. 헬스장과 병원은 직원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지하 아케이드에 입점할 외부 식당과 카페도 임직원 투표를 거쳐 선정했다.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트렌디한 메뉴로 구성했다고 한다.
LG트윈타워는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에 있다. 일명 ‘쌍둥이 빌딩’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지난 1987년 완공된 뒤 2009년 사무 공간 리모델링을 한 차례 진행했다. 로비 등 저층부 공용공간 리모델링은 처음이다. 이번 공사는 내년 초에 마무리된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