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건물 곳곳에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이 그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팔레스타인 국기 색깔로 물들인 쥐를 매장에 풀어놓는 등 ‘반유대주의’ 범죄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BFM 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일 새벽 사이 파리 14구의 아파트와 은행 건물 곳곳에 파란색 스프레이로 그려진 다윗의 별이 발견됐다. 확인된 낙서는 약 60개로 건물 창문과 현관문 양쪽 등이 칠해져 있었다.
다윗의 별은 유대인과 유대교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이스라엘 국기에도 그려져 있다. 2차 대전 당시 나치가 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하며 유대인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격리시키기 위해 노란색 다윗의 별을 옷에 붙이거나 집 문에 그리도록 한 비극의 역사도 갖고 있다.
파리 14구에 사는 한 주민은 엑스(X·옛 트위터)에 관련 사진을 올리며 “치욕스러운 아침”이라면서 “이것은 단순한 태그가 아니라 역사, 민주주의, 공화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카린 프티 14구청장은 성명을 통해 “이러한 딱지 붙이기는 1930년대와 2차 세계 대전에서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방법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하며 주동자들을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경찰은 “출신, 인종, 민족 또는 종교적 이유로 타인의 재산을 훼손한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같은 날 영국 버밍엄의 한 맥도널드 매장에서는 한 남성이 팔레스타인 국기 색깔로 물들인 쥐 수십마리를 풀어놓는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1일 뉴욕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SNS에 ‘쥐 버거를 즐기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 속 남성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자신의 머리에 두르고, 매장에 쥐떼를 풀면서 “팔레스타인 해방” “이스라엘 보이콧” 등을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본 고객들이 충격을 받아 소리를 지르고 도망가는 등 매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맥도날드 측은 쥐가 매장에 풀렸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현재 쥐를 제거한 후 매장을 완전히 소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남성은 최근 이스라엘 맥도날드가 자국 병원과 군인들에게 무료로 햄버거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런 소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유대주의 성격의 범죄 확산 조짐에 따른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및 민간인 학살 이후 영국에서 반유대주의 사건이 약 14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에서 벌어진 반유대주의 사건도 전년 대비 24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미국 뉴욕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 주 증오범죄는 51건으로 집계돼 전년의 같은 기간보다 7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중 30건이 반유대주의 범죄로 집계됐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