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음 주 중국과 핵무기 통제 등을 주제로 회담을 갖는다. 미·중이 핵 군축 관련 대화를 진행한 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가 미국과의 핵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중단을 선언한 상황에서 또 다른 핵 강국인 중국과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군비 경쟁을 막기 위해 중국과 핵무기 통제에 관한 이례적인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며 “오는 6일 예정된 회의는 양국이 오산 위험을 줄이는 방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복수의 미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회담은 말로리 스튜어트 국무부 군비통제검증이행 차관보와 쑨샤오보 외교부 군축사 사장(국장)이 주도한다. 양국 군비통제 관련 카운터 파트 간 회담인 셈이다.
중국과의 핵 군축 대화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의제를 논의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WSJ는 “군비통제와 비확산은 가장 까다로운 주제 중 하나였다”고 보도했다.
WSJ는 다만 “이번 회담은 미국이 핵전력 제한을 설정하기 위해 러시아와 진행했던 것과 같은 공식 협상의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대신 미국에는 중국의 핵 독트린과 핵무기 증강에 대한 야심에 대해 들여다볼 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6월 군비통제협회 연설에서 “우리는 중국이 외교적 논의 주제에 전략적 핵 문제에 대한 실질적 참여를 포함하기를 희망한다”며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새로운 다자간 군비통제 노력에 참여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상임이사국 간 미사일 시험 발사 통보 체제를 공식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널 구축’ ‘핵 군축 논의를 위한 협정 체결’ 등으로 확대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중국과 대화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위한 후속 조치와 양자 또는 다자간 차원에서 수행할 수 있는 잠재적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중국의 핵 확장이나 교리, 전략적 안정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상호 자제를 위한 실질적 조치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최근 공개한 ‘2023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현재 핵탄두 5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2030년에는 1000개 이상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미·중 간 핵 대화는 러시아와의 핵군축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하자 핵 군축 조약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은 2026년 2월 만료되는 뉴스타트를 연장하거나 별도의 군비 통제 회담으로 러시아를 끌어들이기 위해 핵 위험 관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은 기밀문서를 러시아에 보냈다고 WSJ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뉴스타트 이후의 프레임워크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회담 제안에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자오 통 선임연구원은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미국과의 장기적인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런 교류가 유지되고 향후 정례화하면 보다 실질적인 대화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