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2회 연속 금리 동결…“인하는 고려 안 해”

입력 2023-11-02 05:19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은 지난 7월 이후 4개월 넘게 금리동결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연준은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은 지난여름을 끝으로 금리인상이 마무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현 수준의 고금리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준은 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5.25~5.50%)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7월 회의에서 현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했고, 직전 회의(지난 9월)에서는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해 3월 긴축국면을 시작한 이후 연준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건 처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중반 이후 완화됐고, 지난여름 동안 수치도 상당히 긍정적이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다만 “지난 몇 달간의 좋은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까지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는 확신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갈 길이 멀다”고 긴축 기조를 유지할 방침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치를 훨씬 초과하고 있고 노동시장은 매우 타이트한 상태”라며 “우리는 직면한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고려해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관심은 연준의 다음 행보로 쏠렸다. 연준은 직전 회의 때 연말까지 목표 금리를 5.6%로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다음 달 한 차례 0.25% 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우리는 향후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동결이나 인상에 대해) 확신이 없다”며 들어오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연준의 고민은 강력한 긴축에도 타이트한 노동시장으로 경제가 식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개 급격한 금리 상승은 지출 감소와 해고 증가에 따른 경기 침체를 야기하지만 올해 미국 경제는 강력한 노동시장과 넉넉한 소비자 지갑으로 정반대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권 금리 급등은 연준이 인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차입비용 기준이 되는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5%를 초과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10년물 금리는 이날 4.7%대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과 유사한 효과를 내고 있다.

파월 의장도 “최근 몇 달 동안 장기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며 “우리는 장기물 국채 수익률 증가가 금융 여건 긴축에 기여하는 것을 모니터링하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다음 달 회의에서도 동결 가능성을 더 크게 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다음 달 금리 동결 확률은 80%를 웃돌았다.

웰스 파고의 제이 브리슨 수석 분석가는 “연준이 금리인상 일시 정지(pause)에서 유지(hold)로 전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일각에서 나오는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가 집중하는 문제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 위해 충분히 제한적인 통화정책을 달성했느냐 하는 것”이라며 “얼마나 오랫동안 제한적인 정책을 유지하느냐는 다음 질문”이라고 말했다. 또 “인상을 중단한 뒤 다시 금리를 올리는 게 어렵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연준이 다시 금리 인상을 재개할지는 불분명하고, 대신 이전 예상보다 더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