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박왕열, 필리핀서 ‘교도소 VIP’…“증거 있냐” 조롱

입력 2023-11-02 05:08 수정 2023-11-02 09:59
마약왕 박왕열이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JTBC 보도화면 캡처

동남아 한국인 3대 마약왕으로 불리는 박왕열(45)이 “(내가 입을 열면 한국) 검사부터 옷 벗는 놈들도 많을 것”이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또 자신의 마약 유통 혐의에 대해서는 “마약을 판 증거가 없다”며 국내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박왕열은 지난 2016년 필리핀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필리핀 대법원에서 징역 6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필리핀 뉴빌리비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인물이다. 텔레그램에서 ‘전세계’라는 가명을 쓰며 한국으로 마약을 밀반입해 ‘마약왕’으로도 불린다.

그런 박왕열이 현지 교도소에서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현지 교도소에서는 돈만 내면 개인이 쓸 수 있는 방을 살 수 있고, 테니스도 칠 수 있다고 한다. 또 휴대전화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박왕열은 선글라스를 쓴 채 취재진 앞에 나타났다. 마약 거래로 번 돈을 바탕으로 ‘교도소 VIP’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 공개된 JTBC 인터뷰에 따르면 박왕열은 마약 유통과 관련해 자신은 죄가 없다는 식의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박왕열은 “구매자가 없으면 어떻게 팔 것이냐”며 “(한국에서) 약 좀 보내줘라. 내가 여기서 먹고살려면 마약뿐만 아니라 뭐라도 하긴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 휴대폰에 중독된 애들이 밥 먹을 때도 폰을 들고 있으면, 이건희가 나쁜 놈이냐”고 말했다. 마약에 중독된 이들이 문제이지 단지 마약을 공급한 자신은 죄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하지만 자신의 마약 유통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박왕열은 “한국 전화 한 통이면 내일모레 마약이 어디로 들어가고 어디로 나가는지 나는 다 안다”며 “사업을 해봤으니 유통 구조를 안다”고 말했다.

국내 수사기관이 자신에 대한 마약 혐의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조롱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박왕열은 “(한국에) 못 간다. 왜냐면 증거가 없다. 내가 마약 판 증거가 있느냐”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판매한 마약이) 내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말하면 한번 뒤집어진다”며 “검사부터 옷 벗는 놈들도 많을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박왕열은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돼 있지만 여전히 마약 거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검거되는 마약 유통책들을 수사하다 보면 텔레그램을 통해 박왕열과 연락한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박왕열의 경우처럼 현지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마약사범은 형기를 모두 마친 뒤에야 국내 강제송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국내로 밀반입되는 마약의 주요 유통 경로인 박왕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