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탄 韓 이차전지… “단기 회복 가능성 낮아”

입력 2023-11-02 06:00 수정 2023-11-02 06:00

잘 나가던 2차전지 관련주가 국내 증시를 끌어내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자 에코프로 등 주요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반 토막 나면서다. 가팔랐던 성장세가 꺾인 만큼 단시일 내로 주가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에코프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71% 빠진 59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153만 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9월로 접어들며 하락 전환했다. 최근 두 달 새 증발한 시가총액만 15조4973억원에 이른다.

다른 2차전지 관련주도 줄줄이 내림세다. 최근 두 달 새 포스코퓨처엠(-48.05%)을 비롯해 에코프로비엠(-41.88%), 엘앤에프(-39.81%), 더블유씨피(-39.77), 두산퓨얼셀(-35.03%), SK아이이테크놀로지(-34.55%), LG에너지솔루션(-30.61%), POSCO홀딩스(-30.48%) 등도 큰 폭으로 빠졌다.

전기차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2차전지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자 GM과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 계획을 대거 수정하고 있다. 배터리 공급업체 파나소닉도 전기차 수요 부진을 이유로 올해 3분기 일본 내 배터리 셀 생산을 전 분기 대비 60% 줄였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부진한 실적도 전기차 수요 부진 우려를 키웠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각) 발표된 테슬라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한 233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시장 예상치(241억달러)를 밑돈 수치다. 순이익은 18억5300만달러로 같은 기간 44% 급락했다. 중국 시장에서 BYD 등과 경쟁하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면서 수익성도 저하됐다. 테슬라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현재까지 17% 넘게 하락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목표를 낮추면서 단기적으로 2차전지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그동안 전기차 시장의 장기 성장성을 반영하며 기대치를 높였던 만큼 테슬라 등 일부 종목들은 실적 대비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150달러까지 낮춘 보고서도 나왔다. 미국의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이익이 줄고 판매량도 실망스러운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코나기는 내년 테슬라의 차량 인도 대수를 월가 예상(230만대)보다 적은 215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2차전지 업황의 부진 전망은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으며 테슬라 주가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던 2차전지 관련주들이 크게 언더퍼폼(시장수익률 하회)했다”며 “2차전지는 과거와 달리 이젠 단순 테마가 아니라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쌍포다. 2차전지 추세가 돌아서야 우리나라 증시도 훈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