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K팝 아티스트의 콘서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팬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좌석은 2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팝 산업이 공연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16일, 17일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리는 가수 태민의 솔로 콘서트 ‘메타모프’(METAMORPH)의 티켓 가격은 최대 19만8000원이었다. ‘사운드 체크’가 가능한 메타모프석은 19만8000원, 일반석은 15만4000원에 판매됐다. 사운드 체크는 본 공연에 들어가기 전 아티스트의 리허설을 약 20분가량 관람할 수 있는 이벤트다.
K팝 팬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다. 그간 경쟁사인 하이브가 K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을 지나치게 높였다고 비판하던 SM이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SM은 하이브 소속 한 보이그룹을 예로 들며 “하이브 인수전 12만1000원(2019년)이던 티켓 가격이 인수 후 16만5000원(2022년)으로 뛰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슈퍼주니어, NCT 127 등 자사 아티스트의 공연 티켓은 같은 기간 12만1000원에서 13만2000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 가격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크게 올랐다. 지난해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에서도 사운드 체크가 가능한 VIP석은 22만원에 팔렸다. 같은 해 10월 열린 블랙핑크 공연 역시 사운드 체크 관람이 가능한 ‘블링크 플러스’ 티켓을 일반 티켓(15만4000원)보다 비싼 17만6000원에 판매했다. SM에서는 태민 콘서트가 처음으로 이를 적용한 사례다.
K팝 팬들은 비싼 가격에 비해 큰 메리트가 없는 점에 실망감을 표했다. 하이브 레이블인 쏘스뮤직 소속 그룹 르세라핌이 지난 8월 12, 13일 연 단독 콘서트 '플레임 라이지즈'(FLAME RISES) 역시 사운드 체크 사전입장이 가능한 VIP 티켓 가격은 20만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약 15분간 세 곡을 부른 뒤 팬들과 짧게 인사한 후 퇴장했다.
더 비싼 좌석을 사고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점 역시 문제로 지목됐다. 사운드 체크가 가능한 VIP 좌석은 짧게는 공연 시간 2시간 30분 전, 길게는 4시간 전에 입장한다. 약 20분간 진행되는 사운드 체크를 관람한 후 본 공연까지 퇴장이 불가능하다. 본 공연 시작까지 지루한 대기 시간을 견뎌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더 다양한 공연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만큼 티켓 가격 인상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작가 대중문화 평론가는 “공연 산업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프리미엄 좌석이 생기고, 차등적인 혜택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그간 아이돌 시장이 규모에 비해 공연의 비중이 작았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는 해외 공연처럼 라운지 좌석이나 애프터 파티가 포함된 티켓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