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충주예요” “I AM 엄청조”… 전청조 밈에 엇갈리는 반응

입력 2023-11-01 15:27
전청조씨의 말투를 패러디하는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의 모습. 충주시 유튜브 캡처

사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전청조(27)씨의 말투가 밈(meme·인터넷 유행어)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연예인들까지 패러디 행렬에 동참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재미로 봐야 한다”는 반응도 있지만, “범죄자를 유머로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은 지난 31일 전씨를 패러디한 ‘전충주’라는 제목의 7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보면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 선글라스를 끼고 손에 종이컵을 든 채 한 곳을 응시한다. 김 주무관 뒤에는 양복 차림에 마스크를 낀 남성 두 명이 경호원처럼 서 있다. 전씨가 재벌가 후손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경호원들을 대동한 모습을 패러디한 것이다.

김 주무관은 영상에서 “진짜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고 “I am(나는) 충주예요”라고 답한다.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사용한 이 말투 역시 앞서 언론에 공개된 전청조씨의 카카오톡 대화 “I am 신뢰에요”를 변형한 것이다. 영상은 “Next time에 기부할게요”라고 적힌 문구가 등장하며 충주시에서 진행하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홍보하면서 끝난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최신 밈 사용해서 행사 홍보하는 것도 능력이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는 “실제 사기 피해자가 있는데 이런 영상을 올려도 되냐”며 우려를 표했다.

앞서 개그우먼 엄지윤씨가 올린 패러디 게시글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엄씨는 지난 30일 소셜 미디어에 “OK.. Next Time... I AM 엄청조”라는 글과 함께 전씨를 흉내낸 사진을 올렸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게시물을 삭제했다. 전씨가 다수를 상대로 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실제 금전적인 피해도 발생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의 말투를 유머 소재로 사용하는 건 피해자 조롱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대중문화 평론가 위근우씨는 SNS에 “명백한 사기 피해자들(남현희를 제외하고도)을 양산한 사기꾼이 사기를 위해 쓴 말이라면 적어도 기업 마케팅에서는 지양해야 하지 않겠나”며 “사기꾼에 대한 비웃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런 사기에 속은 사람들에 대한 비웃음까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