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 투 와이어(처음부터 끝까지 1위) 우승을 차지한 이듬해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감독이 경질됐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 얘기다. 팀 운영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명목이다.
SSG는 31일 김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사유로는 팀 운영 전반의 변화와 혁신, 특히 선수단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SSG는 “팀을 쇄신해 더 사랑받는 강한 팀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변화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성적 부진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SSG는 올 시즌 3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치며 가을야구에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NC 다이노스에 무승 3패로 업셋을 내줬지만 시즌 전 전망 등을 종합할 때 특별히 부진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1년 전엔 통합 우승까지 차지했다.
중대 결정을 내놓은 과정은 신속했다. 전날 논의를 거쳐 하루 만인 이날 오전 확정했고 곧바로 당사자 통보를 거쳤다. 같은 날 플레이오프 2차전이 예정돼 있는데도 일사천리로 공식 발표까지 내놨다.
이번 발표에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상층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초 (계획했던) 선수·코칭스태프 구성 변화 범위를 넘어 현장 리더십 교체까지 단행하게 됐다”는 SSG의 설명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정 부회장은 야구단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올 시즌 도중 오심에 항의하겠다며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찾아갔고, 김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취지로 자신의 SNS에 달린 댓글을 향해선 ‘기다려 보라’고 답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시즌 통합 우승 직후엔 류선규 전 단장이 물러나며 ‘비선실세 의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 감독 경질로 현장 리더십은 사실상 전면 교체됐다. 앞서 김민재 3루 주루코치가 롯데 자이언츠, 정경배 타격코치는 한화 이글스 수석코치로 옮겨갔다. 시즌 중 퓨처스리그(2군)로 내려갔던 조웅천 코치와 정상호 코치도 각각 두산 베어스와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SSG는 “팀 상황과 운영 방향성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신속히 인선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