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 치악산은 주봉인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매화산, 향로봉, 남대봉 등 1000m 이상 급 고봉을 여덟 개나 품은 웅장한 산세를 지녔다.
붉은 단풍이 아름다워 적악산(赤岳山)이라 불리다가, 뱀에게 먹힐 뻔한 까투리를 구해준 선비가 나중에 그 꿩(雉)의 보은으로 생명을 건졌다는 설화로 치악산(雉岳山)으로 바뀌었다.
이름에 ‘악’자가 들어간 산은 산 중에서도 험한 것으로 악명 높다. 그중 치악산은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대표적인 곳이 사다리병창을 지나는 구룡사~비로봉 코스다. 사다리병창은 ‘사다리처럼 깎아지른 벼랑’이라는 곳이다.
비로봉에 오르면 돌탑과 만난다. 전망대에 서면 산등성이 너머에 원주 시내 빌딩과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그 왼쪽으로 남대봉까지 치악산 주릉이 이어진다. 북쪽과 동쪽으로는 강원도의 산들이 마루금을 이어간다. 산과 산 사이에는 구름이 너울댄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