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은 당내 2위 주자로 떠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큰 격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리스크’를 우려하는 공화당원 표심을 결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BC뉴스·디모인 레지스터·미디어컴이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3%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와 같은 16%를 얻어 공동 2위로 부상했다. 이어 팀 스콧 상원의원(7%),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4%),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4%),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지사(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공화당 첫 대선 경선지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참가 가능성이 큰 유권자 404명을 대상으로 지난 22~26일 실시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 지지율 격차는 27% 포인트로 여전히 크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 정체 상태인데 헤일리 전 대사는 상승세라는 차이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 지난 8월 조사와 비교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2%로 이번 조사와 비슷하지만, 헤일리 전 대사는 6%에서 16%로 10% 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3% 포인트 하락했다.
대선 경합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뉴햄프셔주에서도 헤일리 전 대사 돌풍 분위기가 감지된다. 데이터 분석업체 파이브서티에잇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뉴햄프셔에서 각각 18.5%, 14.9%로 트럼프 전 대통령(각 47.9%, 45.3%)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각각 11.8%, 10.9%로 열세였다.
폴리티코는 “헤일리 상승세는 진짜”라며 “그의 돌풍이 공화당 경선 레이스를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부상은 공화당 경선 토론 이후 시작됐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빠진 토론회에서 안정적인 의제 전달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평가다.
특히 공화당 경선 구도가 ‘트럼프 대 비(非) 트럼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 상승 여지가 더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처럼 비트럼프 진영 후보가 경선을 중도 하차하면 지지층 결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 32%는 사법리스크 등을 우려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가 되면 바이든 대통령을 이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유세에서 주변 상황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거나 일관적이지 못한 행동을 자주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수시티 집회 장소를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라고 언급했고, 또 다른 집회에서는 자신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이긴 적이 없고,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만 승리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주 뉴햄프셔에서 기자들과 만나 “2016년 때 트럼프가 아니다. 예전의 활발함을 상실한 트럼프를 지켜보는 건 마음이 아프다”며 그의 고령 문제를 지적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헤일리 전 대사는 그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며 “헤일리 전 대사의 부상은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