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글로벌화’를 기치로 문화·예술 지원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또 AI(인공지능) 저작권 논란과 관련, AI가 학습하는 저작물에 보상금이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오는 12월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고 “창작 단체나 개인에 대한 지원은 가급적 지역의 문화재단으로 이관하고, 문체부 주도 지원은 가급적이면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지원사업을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문화예술 지원은 생계보조형 지원, 즉 적은 액수를 뿌려주는 식의 지원이 많았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정부 지원을 받는 작품이나 창작가는 해외 무대에도 나갈 수 있도록 확실하게 지원할 생각”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그러다 보면 선별을 할 수밖에 없는데, 선별에서 떨어진 사람이 억울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자기 편만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며 “어떤 일이 됐든 올바르게 하겠다. 누가 ‘백’을 쓴다든지 부탁을 해서 일을 하면 제대로 된 적이 없다. 항상 문제가 되고, 금방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지원작 심사도 기존의 전문가 풀 중심에서 지원기관 직원 위주의 전문위원 체제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금 모든 지원사업은 전문가들로 심사위원 풀을 만들어서 선정한다”며 “저는 예전부터 여기에 반대해 왔다. 왜냐?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지원기관 직원들도 심사해 놓고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원기관 직원들이 책임을 갖고 심사하고, 심사 결과에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좋다”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경우, 전체 직원이 심사 전문가가 돼야 한다. 다른 지원기관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최고 전문가다. 직원들이 평생 심사만 하도록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법 개정 의지도 밝혔다. 유 장관은 “처음 문체부 장관을 했던 2008년에 저작권법을 대대적으로 개혁했는데, 15년이 지나 보니 저작권 불법 행태가 그때와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특히 지금은 인공지능 시대로 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도 손대지 않으면 점점 늦어진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12월에 AI 저작권 관련 정부 가이드라인을 세계 최초로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AI가 학습하는 저작물에 대해 보상금이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임성환 문체부 저작권실장이 말했다. 또 저작물 불법유통이 국제화되고 지능화되는 추세에 맞춰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손해배상액을 세 배 이상 늘리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유 장관은 국립 예술단체들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청년 예술가들로 구성된 ‘인턴단원’을 대거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가짜뉴스 대책과 관련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초·중·고 교육과정에 신설하는 방안을 교육부와 논의하겠다고 했다. 예술기관·단체의 단체장은 6개월이나 1년 전에 미리 임명해서 취임과 동시에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체육 정책에서는 학교체육 활성화와 생활체육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연말에 학교체육 정책과 스포츠클럽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광 정책에서는 지역관광을 강조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관광 전략회의 등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임명 이후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를 받으면서도 틈 나는 대로 지방의 현장들을 열심히 찾아 다녔다며 “현장과 소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