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자” 두 차례 접근, 촬영도 했는데…法 “스토킹 아니다”

입력 2023-10-30 14:04

버스 정류장에 있던 여성에게 이틀 연속 접근해 만남을 요구하고 동의 없이 사진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74)에게 “공소사실 범죄에 대한 증명이 안 됐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중순 B씨(40) 연락처를 알게 되자 그 다음달 중순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이런 연락 너무 불편하다. 앞으로 안 했으면 좋겠다”며 A씨에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A씨는 이후 같은 해 5월 2일 버스정류장에 있던 B씨에게 다가가 그의 팔꿈치를 치며 “커피를 마시자”고 접근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튿날에도 동일한 버스정류장에 있던 B씨에게 접근해 휴대전화로 4회 촬영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A씨 행위가 B씨 의사에 반하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스토킹 행위라 판단하고 그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의 각 행위가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는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라는 법리 요건을 갖추지 못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공소사실에 ‘스토킹 범죄’라고 표현된 A씨 행위는 하루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B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해당 공소 내용만으로 대법원 판례상 일련의 지속이나 반복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판사는 또 A씨가 B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날짜와 시간, 내용 등이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박 판사는 “검찰은 공소사실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만 개괄적으로 나타냈을 뿐 구체적 내용을 특정하지 않았다”며 “이는 뒤에 이어지는 행위(스토킹)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내용일 뿐 구체적인 범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판사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심판을 청구한 사실에 대해서만 심리 및 판결한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