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개설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했더라도 영상 다운로드를 하지 않았다면 ‘성착취물 소지’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성착취물 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다른 사람이 만든 텔레그램 대화방 등 7개에 접속해 업로드된 미성년자 성착취물 480개의 섬네일과 목록을 확인한 뒤 접속 상태를 유지했는데, 검찰은 이를 성착취물 소지로 판단하고 기소했다. A씨는 이밖에도 직접 대화방·채널을 열어 성착취물을 배포하고 공지 채널에 접속할 수 있는 링크를 대화방에 게시한 혐의도 있다.
앞서 1·2심 법원은 A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징역 6년, 2심은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혐의 중 타인이 개설한 채널 등에서 접속만 유지한 부분은 무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가 성착취물이 게시된 7개 채널 및 대화방에 접속했지만 그곳에 게시된 성착취물을 자신의 채널 등에 전달하거나 저장매체에 다운로드하는 등 실제로 지배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지는 않았다”며 “이러한 행위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금지하는 미성년자 성착취물 소지 행위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지배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접속만 유지한 ‘단순 참여’만으로는 성착취물의 지배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A씨가 직접 개설한 채널에 성착취물을 게시하고 접속 상태를 유지한 행위에 대해서는 “성착취물을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또 채널 링크를 대화방에 게시해 성착취물을 배포한 부분을 비롯한 나머지 혐의도 유죄 판단이 유지됐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