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지도자 이번주 연설”…이·팔 전쟁 확전 기로

입력 2023-10-30 08:21 수정 2023-10-30 09:25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번 주 연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개시 이후 이란 지원을 받아온 민병대 등의 공격이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공식 참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 국가 지도자들과 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

헤즈볼라는 29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12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나스랄라가 헤즈볼라를 상징하는 깃발 밑으로 지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영상 공개 후 헤즈볼라는 나스랄라가 레바논을 지키다 숨진 순교자들의 자부심을 기리고,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국민을 지지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나스랄라는 11월 3일 오후 3시에 연설할 것으로 전해졌다.

나스랄라는 최근 레바논 비공개 장소에서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 살레흐 아루리,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지도자 지아드 나크알레와 회동한 사진도 공개한 바 있다.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선전 매체 알마나르는 “나스랄라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관해 국제사회와 역내 국가들의 입장을 논의했다”며 “확실한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집중적으로 대화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와 PIJ, 하마스는 모두 이란 지원을 받는 이른바 ‘저항의 축’(resistance axis) 멤버다. 헤즈볼라는 하마스 공격 이후 레바논 국경을 중심으로 이미 이스라엘과 국지적인 전투를 계속해 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시작된 이후에는 공격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군기지를 공격해 물리적 피해가 있었다”며 “로켓은 레바논에서 발사됐고 해당 지점을 향해 대응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엑스에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헤즈볼라 등 무장세력의 공격 증가에 대해 “공격이 계속되면 우리는 대응할 것이며 이란도 우리 메시지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역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도 “위험은 현실이며 높은 경계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하고 중동 내 타국들의 개입에 의한 확전 가능성을 견제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알시시 대통령에게 중동 지역의 행위자들이 가자지구에서의 충돌을 확산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분쟁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의 지도자들과 대화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30일 미국을 찾는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과도 중동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칼리드 장관은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으로 바이든 정권의 미국을 방문하는 사우디 최고위 인사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전개되고 있는 위기에 대해 사우디를 포함한 아랍 파트너들과 이야기를 나눠왔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자 요르단은 미국에 자국 국경 방어를 위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요청했다. 요르단군 대변인은 “북·동·서쪽에서 요르단을 포위하는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지속적인 위협으로 인해 국경 방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요르단 영토에 위협이 있을 경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