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 전쟁법 위반하면 책임…민간인 보호해야”

입력 2023-10-30 06:16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무력충돌법(전쟁법)을 위반하면 책임을 묻겠다고 미국이 밝혔다.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지상전을 강행해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자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모두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이스라엘은 테러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있고, 이는 민간인 보호를 우선시하는 국제인도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민간인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의 즉각적이고 대폭적인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 ABC 방송 등에 출연해 “미국은 이스라엘이든 다른 국가든 무기를 이전할 때 해당 무기가 무력충돌법에 따라 사용될 것이라는 보증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그것이 사실임을 확인하기 위한 책임을 추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이스라엘은 목표물인 테러리스트와 그렇지 않은 민간인을 구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으면서 이스라엘 부담을 가중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국제인도법에 따라 테러리스트와 민간인을 구분해야 할 이스라엘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이든 이스라엘이든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가자지구의 압도적 다수는 생명을 보호해야 할 무고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우리는 인질들이 안전하게 나올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를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인질 수를 고려하면 (중지는) 수 시간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압박은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자 급증으로 아랍 국가는 물론 유럽(EU) 동맹에서도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연결되는 라파 국경을 방문해 “지난 7일 이스라엘에서 자행된 범죄와 가자지구 및 서안지구와 관련해 활발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마스의 전쟁 범죄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군의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는 의미다.

칸 검사장은 “민간인에게 인도주의적 구호문자를 공급하는 데에는 어떠한 장애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권리를 지닌다”며 “우리는 팔레스타인 상황을 독립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설리번 보좌관은 또 이란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나 민병대 단체의 공격 증가에 대해 “공격이 계속되면 우리는 대응할 것이며 이란도 우리 메시지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역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도 “위험은 현실이며 높은 경계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