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중항쟁 최후의 시민군 동지회 창립

입력 2023-10-29 13:40

‘최후의 항전’으로 불리는 1980년 5월 27일 새벽 옛 전남도청 마지막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시민군으로 체포됐던 이들이 단체를 만들고 다시 뭉쳤다.

신군부 세력의 첨병인 계엄군에 맞서 당시 전남도청, YWCA, 계림동 등에서 목숨을 걸고 최후의 유혈 전투를 벌인 시민군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26일 오후 5시 5·18 기록관 7층 강당에서 생존자 71명(현장 36명, 위임 35명)이 참여한 가운데 5·18민중항생 최후의 시민군 동지회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5·18의 진정한 이름은 ‘민중항쟁’으로 역사 속에 남아야 한다고 밝혔다.

총회에서는 정해직(72, 당시 항쟁지도부 민원실장) 발기인 대표가 회장으로 선임됐다. 부회장에 위성삼(70), 안길정(69), 채영선(69), 김경임(60)씨가 이사로 김재귀(59), 이기홍(62), 최치수(61), 한정만(62)씨가 뽑혔다. 감사는 진희종(64), 문종오(59)씨로 창립 임원진을 구성했다.

초대 정해직 회장은 인사말에서 “1980년 당시 광주를 사수하기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목숨을 걸고 자리를 지킨 동지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세상을 떠나고 있다”며 “세상으로부터 아무런 관심이나 돌봄 없이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는 동지들이 안타깝고 그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류 역사에 빛나는 1980년 5월 광주시민이 보여준 자치, 나눔, 연대의 위대한 대동 정신과 목숨을 걸고 불의에 맞선 불굴의 항쟁 정신은 후손에게 곱게 남겨주어야 한다”고 총회 출범 이유를 밝혔다.

총회 참석자들은 불굴의 항쟁 정신을 계승, 선양하고 5·18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왜곡하고 가치를 폄훼하는 세력에 대해 단호하게 맞서 싸워나갈 것을 결의했다.

그뿐만 아니라 광주시민의 위대한 대동 정신과 불굴의 항쟁 정신을 온 인류의 자산으로 남기는 데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5·18 광주민중항쟁 최후의 시민군 동지회는 최근 일부 5월 공법단체 임원들 사이에서 벌어진 부패 문제로 극심한 내분과 소송사태에 시민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이는 시점에서 출범했다.

이 단체는 이에 따라 광주시민들에게 5·18 광주민중항쟁 계승 운동의 새로운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기 위해 힘을 모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5·18 최후의 시민군 동지회’가 벌이는 활동과 성과는 기존 5·18 단체처럼 단체 또는 피해자 중심에서 벗어나 항쟁 중심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당시 최후의 시민군 중 80년 5월 27일 새벽 현장에서 18명이 계엄군 총탄에 맞아 숨지고 이후 연행 후 혹독한 고문 후유증 등으로 40명이 사망했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현재 생존한 190명의 시민군 가운데 40여 명은 병 투병 중이다.

다음은 출범 선언문이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도청, YWCA, 계림동 등에서 계엄군에 의해 체포, 연행된 5.18광주민중항쟁 최후의 시민군 254명 중 생존 190명의 선언.

5.18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43년이 지나는 동안 형형한 눈빛으로 소총 한 자루를 들고 공수부대에 대항하던 그 젊은이들은 이제 백발의 노인들이 되었다.

43년이란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5.18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진상규명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가해의 책임자들은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에 더하여 역사적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고 폄훼하는 일들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이에 야만적인 국가폭력에 맞서 싸웠던 우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소총 한 자루로 내란군과 탱크에 맞섰던 그 마음을 지금 이 시점에 다시 떠올리며, 그때의 마음으로 행동하고자 한다.

80년 5.18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각양 각층의 민중들이 하나가 되어 공수부대가 총칼로 자행한 일방적 폭력에 맞서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던 민중항쟁이다.

80년 5.18은 5.18광주민중항쟁이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정한 이름은 5.18광주민중항쟁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목숨을 대신하여 지키고자 하였던 그 소중한 가치는 항쟁과 대동, 그리고 계승이다. 80년 5월 27일, 그날 새벽 끝까지 내란군에 항거하다가 18명의 동지가 먼저 하늘로 갔다.

평생을 먼저 간 동지들에게 부채 의식과 죄스러운 마음으로 살아오면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서는 잊어본 적이 없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온 힘을 바칠 것이다.

5.18광주민중항쟁은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등이 주축이 된 민중항쟁이었다. 우리는 그때 당시 쏟아져 나온 광주시민의 함성을 기억하고 항상 시민들과 함께하는 5.18의 장을 열어가고자 한다.

최후의 시민군의 불굴 항쟁 정신을 계승, 선양하여 민주주의의 굳건한 토대가 되도록 한다.

2. 5.18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왜곡하고 가치를 폄훼하는 세력에는 단호하게 맞서 싸운다.

3. 5.18광주민중항쟁의 자치, 나눔, 연대, 대동의 정신, 목숨을 건 불굴의 항쟁 정신을 세계화할 것이다.


2023.10.26 5.18광주민중항쟁 최후의 시민군 동지회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