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미 고위당국자가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대면 회담을 열 가능성이 커졌다.
미 고위당국자는 28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 국가안보회의(NCS)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이틀간 회동 이후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왕 부장과 접견하고 “미국과 중국은 경쟁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 양국은 글로벌 도전과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설명했다.
왕 부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방미 목적은 미국과 소통하고 양국 정상의 중요한 공감대를 실천하는 것이며, 발리를 기초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시기에 양국 관계를 가능한 한 빨리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설명했다.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부장 회담 관련 성명에서도 “양측은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을 위해 협력하는 것을 포함해 고위급 외교를 추가로 추진하고자 하는 바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양측이) 회담 성사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우리는 그런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틀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설리번 보좌관 등 핵심 당국자들을 연이어 회동하며 정상회담 의제와 접근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고위당국자는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은) 모든 범위의 현안에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고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미 당국자는 “양측이 중동 분쟁에 대해 솔직한 의견 교환을 했고,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침공과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또 “블링컨 장관은 중동 상황에 대한 우리의 깊은 우려를 표현하고, 중국에 더 건설적인 접근을 할 것을 촉구했다”며 “여기에는 중국이 이란을 진정시키는 것도 포함한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에게 “우리는 중국과 미국의 공통이익이 의견 차이보다 크고 양국의 성공은 서로에게 도전이 아니라 기회라고 믿는다”며 “강대국이 함께 지내는 방법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강대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유엔은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SJ은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글로벌 경쟁을 가속하면서 분열된 관계를 재부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