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 젊을수록 천천히 오른다… 세대별 차등 인상 추진

입력 2023-10-27 17:1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지으며 회견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을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세대별로 인상 속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구나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방식도 내놨다. 다만 얼마나 더 내고, 더 받는지 등을 담은 핵심 수치는 빠졌다.

보건복지부는 27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했다. 계획안에는 앞서 재정계산위원회가 보고한 자문안과 이해관계자 집단면접(FGI), 국회 연금개혁특위 논의내용을 반영한 향후 과제를 담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이번) 계획안은 연금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수 개혁방안이 빠진 대신 새로운 개혁 방향을 넣었다. 특히 국민연금 재정 악화로 수급 연령이 돼도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할 것이란 청년세대 불만을 반영한 방안들을 포함했다. 먼저, 젊을수록 보험료를 천천히 올리고 장년층의 경우 빠르게 높이는 ‘인상 속도 차등’을 추진한다. 수급 연령에 가까울수록(나이가 많을수록) 보험료 인상률 목표에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청년들은 천천히 도래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그동안 청년들이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거 아닌가’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세대 간 형평성이나 공정성 측면에서도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상 속도 차등 적용은 청년층 부담을 줄여주지만, 연령으로 차별한다는 논란을 품고 있다. 이런 방식을 적용하는 다른 국가 사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법 개정을 통해 연금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한 보장성을 강화하는 대신 재정 안정화에 무게를 둔 방안을 여럿 제시했다. 복지부는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의 논의를 제안했다. 자동안정화장치는 인구 구조나 경제 성장률에 따라서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을 달리하는 방안이다. 설계했을 때보다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보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급여 수준을 미리 확정하고 정해진 급여를 지급하는 현재의 확정급여방식(DB) 대신 확정기여방식(DC)으로의 전환도 언급했다. DC로 바뀌면 연금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손실 위험을 국가가 아닌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자동안정화장치, DC 전환 등은 앞서 재정계산위 논의에서 언급됐지만, 구체적으로 다뤄지진 않았다.

이밖에 노령연금 감액 제도를 없애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는 노령연금 수급권자가 경제활동으로 소득이 특정 값을 초과하면 노령연금을 최대 50%까지 깎았다. 앞으로 고령 인구가 많아지고,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감액 제도를 없앤다는 취지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출산·군복무 크레딧 제도’는 확대한다. 둘째 아이부터 12개월 지원했던 현행 제도 대신 첫째 아이부터 지원하고 군 복무 크레딧은 6개월에서 전체 복무기간으로 늘린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