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한 70대 어머니가 40년 넘게 집에 눌러 앉아 살고 있는 아들들을 내보내기 위해 ‘퇴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파비아에 사는 75세 여성이 자신의 집에 얹혀 사는 40대 아들 2명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보도했다. 아들 2명은 각각 40세, 42세다.
가디언에 따르면 두 아들은 각자 직업을 갖고 있는 상태지만 생활비를 보태지 않았다. 집안일 역시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두 아들에게 ‘좀 더 독립적인 생활 방식을 찾으라’며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아들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부양하는 데 지친 어머니는 결국 소송을 결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모친이 겪은 어려움에 공감하며 두 아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부모가 자식을 부양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두 아들이 집에 거주하는 것이 지금까지는 허용됐을지 몰라도 40세가 넘은 지금까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퇴거 명령에 따라 두 아들은 오는 12월 18일까지 집에서 나가야 한다.
이탈리아는 성인이 되고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들의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18세에서 34세 사이 인구의 약 70%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그 가운데 남성의 비율(72.6%)이 여성(66%)보다 높다. 여러 세대가 한 집에 사는 문화의 영향이 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들 중 직업이 있으면서도 편의를 위해 독립하지 않는 청년들은 ‘밤보치오니’(애 어른)라고도 불린다. 이 용어는 2007년 한 이탈리아 정치인이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을 조롱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애 어른’을 견디지 못한 이탈리아 부모들은 법정 분쟁에 나서고 있다. 앞서 2020년에는 35세 파트타임 뮤지션이 퇴거 명령을 받자 약 2만 유로(2862만원) 수준인 본인 수입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나갈 수 없다고 항소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탈리아 대법원은 “청년이 된 자식들이 부모에게 재정적 지원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