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체리는 ‘착한펫’이랍니다.”
소설가 차영민(34)씨는 지난 23일 자신의 SNS에 반려 햄스터 체리의 이름이 적힌 ‘착한펫 회원증’ 사진을 올렸다. 회원증에는 체리의 사진과 함께 ‘위 반려동물은 착한펫 회원으로 매월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착한펫’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가 운영하는 기부 프로그램의 하나다. 반려동물의 이름으로 매월 2만원 이상 정기 기부를 신청하면 착한펫 회원증이 발급된다. 개와 고양이, 도마뱀과 달팽이까지 어느 반려동물이든 회원이 될 수 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차씨는 지난달 체리 이름으로 기부를 결심했다. 그는 “(체리와) 함께 사는 이 시간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착한펫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와 체리는 가족이자 친구이다. 차씨는 자신의 작업실 안에 체리의 집을 뒀다. 유치원생 딸의 놀이방과 체리의 집이 있는 작업실이 그에게 또 하나의 집이 됐다.
차씨가 소설을 쓰는 늦은 밤이면 야행성인 체리도 깨어나 쳇바퀴를 굴린다고 했다. 차씨는 “(그 시간을) 같이 있다 보면 괜히 대화하는 것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제 그와 체리는 정기적인 기부를 통해 취약계층과 다른 반려동물을 돕는다. 차씨는 “체리라는 존재가 누군가에게 이로운 존재가 된다는 게 뿌듯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광주에 사는 조민솔씨(22)의 반려견 민들이는 광주의 2호 착한펫이다.
민들이는 조씨의 삶을 변화시킨 특별한 존재다. 우울증을 앓았던 조씨는 민들이를 키우면서 누군가를 돌보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4년 동안 매일 아침밥을 챙겨주고, 민들이와 함께 산책을 다녀왔는데, 이는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기도 했다. 조씨는 다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고, 대학생활을 위한 힘을 얻었다.
그는 “마음 힘든 일이 있으면 민들이가 곁에 와서 가만히 있어 줬다. 존재 자체만으로 힘이 됐다”고 말했다. 또 착한펫 나눔에 대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착한펫 나눔으로 모인 돈을 취약계층과 반려동물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달 시작된 착한펫 나눔 캠페인에 9월 한 달 동안 68명이 회원으로 동참했다. 이달 들어서도 반려인들의 관심을 끌며 새로운 기부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