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가보니 사라진 고향집···기장군 “실수로 철거”

입력 2023-10-27 15:17
행정당국의 실수로 멀쩡한 집을 철거당한 박만조씨(63)가 기장군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네 집이 있던 자리를 촬영한 사진이다. 카카오맵 로드뷰 캡처.

지방자치단체의 어이없는 실수로 부모와 함께 살던 고향집이 주인도 모르게 철거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집 주인은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부산 기장군과 주택 소유주 박만조(63)씨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달 추석을 맞아 기장군에 있는 고향 집을 찾았다가 집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는 황당한 상황에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봤지만 집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집이 있던 자리에서 아스팔트 포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위를 알아보니 기장군이 인근 도로를 만들면서 박씨의 주택을 철거한 것이었다.

박씨도 집 주변에 도로가 생긴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당초 기장군은 해당 주택 옆에 도로를 신설하면서 박 씨로부터 주택 터(33㎡)와 대지(1㎡)를 편입하려 했다.

하지만 박씨는 부모님의 흔적이 남아있는 집이라며 철거에 반대했고, 군은 집은 그대로 두고 대지만 사들여 도로 신설을 계획했다.

해당 주택은 박씨가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거주했던 집으로,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빈집으로 남겨두고 명절이나 부모님 기일이 되면 찾아가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도로 건설이 시작되자 군은 토지와 주택 전체를 수용한 것으로 착각하고 주택까지 완전히 철거했다.

기장군은 행정적 실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군청 관계자는 “업무 담당자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전달이 잘못된 것 같다”며 “주택 소유주와 협의해 보상할 계획”라고 말했다. 또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징계 여부도 향후 검토가 더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집이 철거된 지 9개월이 지난 추석이 돼서야 고향 집을 방문했다가 뒤늦게 철거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기장군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씨는 “가재도구도 흔적 없이 사라져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운데, 집 안에 있던 물건을 보상받으려면 직접 증명하라고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종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