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증원은 없다’고 못 박았던 의사단체 내에서도 증원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 제15차 의료현안협의체를 개최했다. 의대 정원 규모가 1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이후 정부와 의협이 대화 채널에 처음 마주 앉은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구체적 증원 규모 대신 필수 의료 붕괴와 지역 의료 공백 등의 문제 등 논의 과제들을 점검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보고 반대해왔다. 정부가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필수 의료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복지부는 국립대병원,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 등을 중심으로 하는 증원 논의에 더해 전날 후속 대책 브리핑을 통해 신설 의대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정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1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의협 내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의사 인력 확충을 찬성하는 국민적 여론이 높은 데다 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 정원부터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만큼 제대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강행을 예고한 상황에서 의협이 ‘0명’을 계속 고집하면, 결국 의협과의 대화 대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 의협이 배제된 기구에서 일방적인 안이 나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의료현안협의체를 마친 직후 서정협 의협 총무의사는 기자들과 만나 “‘한 명도 증원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필수 의료가 무너진 상태에서 의대 정원을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데 많은 회원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필수 의협회장도 “개인적으로 의대 정원 문제는 정부와의 협상이기 때문에 무조건적 반대보다는 정부를 설득하고, 이번 기회에 그동안의 숙제 같은 어려운 문제를 받아올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협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정부는 당장 증원 규모를 밝히지 않고 대학 수요조사와 자체 점검을 한 뒤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4주간 조사와 점검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증원 규모는 빨라야 12월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시간 동안 의협, 보정심 등 다른 논의 기구에서 대화를 이어가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