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에 모기기피제’ 유치원 교사, 5년 선고되자 외친 말

입력 2023-10-27 10:52
서울 금천구의 한 국공립 유치원에서 아이들 급식에 모기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이 든 액체를 넣은 혐의를 받고 있는 A씨가 2021년 6월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아이들의 급식에 모기기피제를 넣고 세제 가루를 묻힌 초콜릿을 먹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유치원 교사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더 가중됐다. 교사는 법정에서 쓰러지며 “정말 안했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소리쳤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 3-2부(재판장 김상훈)는 전날 열린 전직 유치원 교사 박모(50)씨의 특수상해미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0년 간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은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합의 등 피해 복구 조치를 하지 않았을 뿐아니라 수사·공판 과정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반성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있다”며 “원심의 양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밝혔다.

박씨는 2020년 11월 자신이 근무하는 서울의 한 병설 유치원에서 급식 통에 계면활성제와 모기기피제 등을 넣어 아이들에게 상해를 가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또 동료교사들의 약통이나 텀블러 등에도 계면활성제·모기기피제 등을 넣고, 초콜릿에 세제 가루를 묻혀 유치원 학생에게 먹도록 한 혐의도 있다.

앞서 그는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을 선고받으며 법정 구속됐다. 박씨는 항소심에서 증거품인 물약병의 압수 절차가 위법했고, 압수 과정에서 오염돼 감정평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애 아동 등을 대하는 특수 교사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보다 큰 보호 의무와 책임을 다했어야 함에도 이를 저버리고 동료 교사는 물론 나이 어린 유치원생까지 대상으로 삼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투여한 계면활성제와 모기기피제는 인체에 투여될 경우 치명적 독성을 나타낼 수 있어 발각되지 않았다면 동료 교사와 유치원생들의 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었고, 피해자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가 징역 5년형을 선고하자 박씨는 법정 바닥에 쓰러져 흐느끼면서 “정말로 안 했다” “차라리 죽여달라. 사형해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