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퇴임한 리커창 중국 전 국무원 총리가 27일 사망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했다. 향년 68세.
CCTV는 “리커창 동지에게 26일 갑자기 심장병이 발생했고, 27일 0시10분 상하이에서 세상을 떠났다”며 “부고를 곧 낼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은 리 전 총리의 사인이 심장마비(heart attack)라고 전했다.
리 전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1, 2기 경제를 이끌었다.
시장주의자로 평가받는 리 전 총리는 시 주석의 1인 독주 체제가 강화된 상황에서도 결정적 시기마다 한 번씩 소신 발언을 해 일반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리 전 총리는 지난 3월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업무보고를 끝으로 퇴임했다.
리 전 총리는 퇴임 약 6개월 만인 지난 9월 간쑤성 둔황의 모가오(莫高·막고)굴을 방문하는 공개활동에 나서 주목받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지만, 중국 매체는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1955년생인 리 전 총리는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제1서기와 허난성 당위원회 서기 겸 성장, 랴오닝성 당위원회 서기 등을 거쳐 2007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
리 전 총리는 중국공산당 내 주요 파벌인 공청단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당내에선 비슷한 연배 가운데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시기인 2008년부터 국무원 부총리를 지냈고,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기 전에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 서기와 함께 후 전 주석의 뒤를 이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계와 장쩌민계인 상하이방이 연합해 시 주석을 밀어주면서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전 총리는 시 주석이 취임한 뒤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10년간 ‘중국 2인자’인 국무원 총리직을 지키면서 중국 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한때 시 주석의 경쟁자이기도 했던 리 전 총리는 재임 시절 ‘시진핑 1인 체제’가 공고화된 이후에도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며 민중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 전 총리는 2020년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 당시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6억명의 월수입은 겨우 1000위안(약 18만원)밖에 안 되며, 1000위안으로는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말해 중국은 물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시 주석이 강조한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에는 전국 화상회의를 열어 10만명이 넘는 공직자들 앞에서 중국의 경제 상황이 2020년 우한 사태 때보다 심각하다고 발언하며 ‘방역 지상주의’가 경제를 망쳐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집단지도체제가 약화하고 시 주석에 권력이 한층 집중되면서 리 전 총리의 영향력은 갈수록 약해졌다. 그는 올해 3월 리창 총리에게 자리를 넘기고 퇴임했다.
이날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는 리 전 총리를 다룬 백과사전 페이지를 흑백으로 전환했다. 거의 모든 중국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 위챗(微信)에선 ‘리커창’이라는 단어의 전송이 통제된 상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