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 왜구의 약탈로 일본에 있던 불상이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돌아왔지만, 소유권은 일본에 있다는 법원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6일 부석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사건은 2012년 문화재 절도범들이 일본 대마도의 관음사에서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훔쳐 국내 밀반입하면서 시작됐다. 절도범들이 검거돼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국가는 불상을 몰수했다.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연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부석사 측은 불상 소유권이 ‘고려시대 부석사’의 후신인 부석사에 있다며 2016년 국가를 상대로 반환을 요청하는 소송을 냈다.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된 불상을 고려 말 왜구가 약탈했다는 것이다. 일본 관음사는 이 소송에 보조참가해 불상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관음사가 법인격을 취득한 1953년부터 2012년까지 60년 가까이 불상을 점유하고 있었으므로 관음사 소유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일본 민법은 20년간 소유 의사를 갖고 점유한 경우 소유권을 인정한다.
1심은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부석사 소유로 추정되는 불상이 약탈 등 방법으로 일본에 넘어갔다고 판단했다. 해당 불상이 제작된 1330년 이후 서산 지역에 왜구가 5차례 침입했다는 기록과 불상에 화상 흔적이 있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불상이 고려 시대에 약탈돼 일본으로 불법 반출됐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면서도 “(소유한 지 20년이 지난) 1973년 1월 26일부터는 일본 관음사가 취득시효 완성에 따라 불상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도 부석사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과 달리 “현재 부석사와 고려 부석사가 동일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일본 민법에 따라 불상 소유권이 관음사로 넘어간 게 맞고, 해당 법리는 한국 민법과도 거의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불상의 조속한 반환을 요구했다. 무라이 히데키 일본 관방 부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불상이 관음사에 조기 반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반환 절차 등은 관련 법령에 따라서 우리 유관기관에서 결정해 나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불상 반환은 과거 비슷한 시기에 절도된 ‘동조여래입상’이 일본으로 돌아갔던 절차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통상적인 압수물 처분 절차와 같이 압수물인 불상에 대한 집행 지휘를 내리게 된다. 한국 외교 당국은 국립문화재연구원 측과 반환 방법 등을 협의하고 이후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문화청과 논의해 반환 절차를 결정한다. 이후 비공개로 일본측 관계자들이 방한해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불상을 확인한 뒤 항공편으로 이송할 가능성이 크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