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다이애나’ 요르단 왕비 “이스라엘 편드는 서방” 비난

입력 2023-10-26 16:58
라니아 요르단 왕비 인스타그램 캡처

요르단의 라니아(53) 왕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놓고 서방이 이중 잣대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니아 왕비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이 발생한)10월 7일에 일이 발생하자 국제사회는 즉각적으로, 그리고 명백하게 이스라엘 편에 서서 (하마스에 의해) 일어난 공격을 규탄했다”며 “하지만 우리가 지난 2주 동안 목격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침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부리로 한 가족을, 가족 전부를 죽이는 것은 잘못이지만 폭격으로 몰살시키는 것은 괜찮다는 것이냐”며 “여기엔 확연한 ‘이중 잣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이것은 아랍권에는 충격적”이라고 강조했다.

세련된 패션 감각 등으로 ‘중동의 다이애나비’로 불리기도 하는 라이나 왕비는 1993년 당시 왕자였던 압둘라 2세와 결혼했다.

라니아 요르단 왕비 인스타그램 캡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지만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휴전을 촉구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라니아 왕비는 “이런 침묵에 귀가 먹먹할 지경”이라며 꼬집으며 “이런 침묵을 본 아랍권의 많은 이들이 서방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과 엄호를 통해 이스라엘과 공모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아랍권의 많은 이들은 서방이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을) 묵인할 뿐 아니라 지원하고, 사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요르단 국민은 슬픔으로 단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가 CNN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 하고 있다. CNN 방송 캡처

수니파 이슬람교도가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시리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팔레스타인계 주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분쟁이 2주를 넘어서면서 가자지구에서는 6546명, 이스라엘에서는 14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희생자가 속출하자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휴전이 하마스에 이득이 될 수 있다며 인도주의적 ‘일시 중단’을 주장하는 상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