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와 결혼 계획을 밝혔던 전청조씨가 동업을 빌미로 사기를 벌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씨는 자신을 수천억원대의 자산가라고 소개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은 전날 강서경찰서에 전씨를 사기와 사기 미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최근 전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할 뻔 했다는 제보를 받고 추가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피해를 주장한 20대 여성 A씨는 이달 중순 강서구의 한 독서모임 업체에서 창업 관련 세미나에서 전씨를 만났다. “월 100만원의 부수익을 창출하는 로드맵을 알려주겠다”는 세미나였다. ‘스페셜 게스트’로 나선 전씨는 본인을 “파라다이스시티 상속자”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세미나가 끝난 뒤 전씨는 수강생이었던 A씨에게 동업을 하자며 투자를 권유했다. 전씨는 A씨에게 대출 중개 플랫폼을 통해 신용도를 조회하고 대출 한도를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대출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A씨에게 전씨는 공인인증서 발급 방법까지 알려줬다. A씨가 2시간가량 연락되지 않자 “계속 기다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전씨의 지시대로 ‘금리 연 7.6%에 1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대출 예상 결과를 받았다. 이에 전씨는 “기한을 최대한 길게 해서 전부 대출을 받으라”고 했다. 정작 대출 사용처에 대한 물음에는 “(대출이) 가능해야 이야기 할 수 있다. 보안상”이라고 답했다. 전씨의 행동에 의구심이 든 A씨는 돈을 건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해당 세미나를 주최한 독서모임 업체 대표도 사기와 협박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해당 업체는 전씨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최근 강연을 들은 이들에게 외부 발설을 금지하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업체 측과는 무관하나 전씨가 오보로 힘들어하고 있다. 세미나에서 언급됐던 전씨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노출할시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미나를 들었던 모든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한 피해를 받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해당 업체가 전씨와 공범 관계로 의심된다”며 “전씨가 세미나 수강자들의 전화번호를 수집한 뒤, 사회초년생들에게 동업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같은 수법으로 전씨로부터 1억5000만원의 피해를 당했다는 추가 제보도 접수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김 의원은 “남씨와의 결혼 발표도 사기 과정에서 신빙성을 얻기 위해서로 보인다. 이를 빌미로 피해자들에게 더 큰 돈을 착취하려고 하지 않았나 의심된다”며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당한 경우가 더 있을 것으로 보여 공익 목적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이날 오전 스토킹 처벌법 위반과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남씨 어머니 집을 찾아가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가 남씨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자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파라다이스그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전청조씨 관련 보도된 기사를 통해 당사에 대한 근거 없는 내용이 무분별하게 유포·게시되면서 당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