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갈등에 중동 해법 유엔 결의안 또 무산

입력 2023-10-26 07:35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또 빈손으로 끝났다. 미국과 러시아는 자국 입장을 반영한 결의안 초안을 각각 제출했지만, 서로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이 무산됐다.

안보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상황을 의제로 공식 회의를 열어 결의안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은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주의적 (군사행위) 일시중지’(humanitarian pause)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우리 결의안은 하마스와 다른 테러 집단의 극악무도한 테러 공격을 명백히 규탄한다”며 “또한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접근이 신속하고 안전하며 방해받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군사행위의) 일시 중지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제출안은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0개국 찬성을 얻었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고, 아랍에미리트(UAE)도 반대표를 던졌다.

안보리는 이후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의 러시아 제출 결의안을 상정했는데, 이번에는 미국과 영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찬성국은 4개국에 그쳤다.

중동 문제 해법을 놓고 미국 중심의 서방 동맹과 중·러 간 신경전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등 서방 동맹은 미국이 제시한 인도주의적 일시 중지에 점점 더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CNN은 전했다. 그러나 중·러는 즉각적인 휴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미국 결의안은) 휴전 요구가 없고,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자의적 공격을 비난하지도 않고 있다”며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러가 진영 대결을 펼쳐지면서 유엔 차원의 노력이 결실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안보리는 지난 18일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 허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논의했지만, 채택에 실패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