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친트럼프계 공화당 4선 마이크 존슨 의원이 미국 권력서열 3위인 신임 연방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당 내분으로 3명의 자당 후보를 중도 사임시켰던 공화당은 정치입문 8년 차인 신인급 정치인에게 만장일치 찬성표를 던졌다.
대선 전복 시도를 주도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 주요 의제에 반대해 왔던 강경 보수파가 하원 리더십을 맡게 되면서 여야 협치를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슨 의장은 25일(현지시간) 하원 본회의에서 공화당 소속 220명 전원의 지지를 얻어 과반(217표) 득표에 성공했다. 이로써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 이후 22일간 지속한 의회 마비 사태가 해소됐다.
존슨 의장은 취임 연설에서 “의회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우리는 무너진 신뢰를 재건해야 하는 도전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존슨 의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2015년 루이지애나주 주 하원의원을 거쳐 2017년부터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임했다. 정치 입문 8년 만에 미국 권력서열 3위로 뛰어오른 셈이다. 그는 이전까지 상임위원장은 물론 당 보직조차 맡아본 적이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의회 내에서도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신인 정치인이 전국적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존슨 의장은 2020년 대선 전복 시도의 ‘설계자’로까지 평가받는 ‘트럼프 호위무사’다. 헌법 전문 변호사였던 그는 대선 인증을 반대할 법적 논리를 만들어 동료 공화당 의원들에게 제시했다. 텍사스주가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4개 경합주 결과를 무산시키려고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때 이를 지지하는 의견서에 공화당 의원 126명이 서명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당시 존슨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서명했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의원들을 압박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재판이 진행될 땐 그의 변호인단에도 참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존슨 의장이 당 후보로 확정되자 “나는 존슨과 함께 가길 강력하게 제안한다”며 자신의 사람임을 숨기지 않았다.
복음주의 기독교인인 존슨 의장은 공화당 내에서도 이념 스펙트럼이 가장 우측에 있다고 평가받는다. 낙태금지법에 찬성했고,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을 강력히 환영했다. 그는 연방정부 자금을 받는 기관에서 성(性)적 지향과 정체성에 대해 교육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동성혼을 인정하는 법안에 반대하며 성 소수자 관련 현안에서도 매우 보수적 태도를 취했다.
이 때문에 존슨 의장의 당선은 ‘프리덤 코커스’ 중심의 초강경파와 ‘친 트럼프계’ 의원들의 합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초강경파 의제를 모두 소화할 수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지지로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덕에 그간의 당 불협화음을 단번에 끝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력한 대선주자로서 당 장악력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
존슨 의장 선출로 의회는 정상화됐지만, 정치 마비 상태는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존슨 의장과 법사위에서 함께 활동했던 제이미 래스킨 민주당 의원은 “매너는 좋지만, 실질적으로는 마가(MAGA) 극단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존슨 의장은 2021년 조지타운대 맥코트 공공정책대학원이 실시한 의회 협치 점수에서 435명 중 최하위권인 429위를 기록했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금을 함께 묶어 제출한 안보 예산안 처리 문제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을 막기 위한 예산안 협상이 시험대로 올랐다. 존슨 의장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에 모두 반대표를 던져왔고, 정부 지출 삭감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존슨 의장 선출을 축하하는 성명을 통해 “국가 안보 요구를 해결하고, 22일 안에 셧다운을 피하려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중요한 문제에 관해 실질적인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가능한 한 공통점을 찾기 위한 상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슨 의장은 이날 “중동에서 우리의 위대한 동맹이 공격받고 있다”며 이스라엘 지지 결의안을 첫 안건으로 상정했다. 하원은 찬성 412표, 반대 10표로 이를 통과시켰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