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고(故) 채수근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구조된 생존 장병이 25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하기로 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채 상병의 전우 A씨가 임 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전날 만기 전역한 후 군인권센터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사고의 전말을 잘 알고 있는 당사자로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면서 “저와 제 전우들이 겪을 필요 없었던 피해와 세상을 떠난 수근이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지시를 받고 작전을 하다가 사망하거나 다친 것이 아니다. 사단장과 같은 사람들이 자기 업적을 쌓기 위해 불필요하고 무리한 지시를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A씨는 그러면서 “윗사람들은 늘 그런 유혹에 빠진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같은 피해가 반복될 것”이라고 법적 대응에 나선 이유를 거듭 강조했다.
A씨는 특히 채 상병 사망 관련 책임자들이 꼬리 자르기 하고 있다는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단장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수근이와 저희가 겪은 일을 책임져야 할 윗사람들은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서 해병들이 물에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던 사람들만 처벌받게 되는 과정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여주기식 작전을 하다가 부하를 잃었는데 잘못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윗사람들을 보면서 끈끈한 전우애란 다 말뿐인 거란 걸 알았다”고 비판했다.
A씨는 사고 이후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고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떠내려가며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순간, 그 와중에 점점 시야에서 멀어져 가던 수근이의 모습이 꿈에 자꾸 나타났다”며 “여전히 수근이를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