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약혼자 전청조 판결문 보니… “男행세, 말 조련사”

입력 2023-10-25 17:28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가 2018년 8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계획을 밝히며 미소를 짓고 있다. 국민일보 DB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42)와 결혼을 약속한 전청조(27)씨가 과거 사기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재벌 3세 사업가’로 소개된 전씨의 5년 전 직업은 법원 판결문상 ‘말 조련사’로 돼 있다. 전씨의 범죄사실 가운데 “남자로 행세하며 거짓말을 했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국민일보가 25일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전씨는 크게 두 가지 사건으로 기소돼 2020년 12월 징역 2년 3개월이 확정됐다. 전씨는 2018~2019년 7명으로부터 2억20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2020년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사건에서 2019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3명을 속여 7300여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전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고 두 사건은 항소심에서 병합돼 심리됐다. 항소심 재판부에서 선고된 징역 2년 3개월은 전씨의 상고 포기로 확정됐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다수의 피해자를 기망해 총 3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편취한 것으로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 피고인은 대부분 변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 1명과 합의한 점 등이 감안돼 형량이 다소 줄었다.

남자 행세하며 “300만원 투자하면 50억원 주겠다”

판결문을 보면 전씨는 1996년생 여성이다. 판결문에서 전씨는 2019년 4월 30일 제주도에서 피해자 A씨에게 “내 아내의 오빠가 서울에서 물 관련 투자 사업을 한다. 300만원을 투자하면 6개월 뒤 수익을 내 50억원으로 돌려주겠다. 원금을 포함해 500만원은 보장하겠다”고 속였다.

하지만 당시 전씨에겐 아내의 오빠도, 받은 돈을 갚을 자금도 없었다. 재판부는 전씨가 A씨에게 남자로 행세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당시 피고인은 사실 여성으로 처의 친오빠가 없었고, 피해자로부터 300만원을 받더라도 수익을 내 50억원을 돌려줄 수 없었다. 원금을 포함해 500만원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도 없었고, 받은 돈을 기존 채무 변제, 생활비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나는 회장 혼외자, 비서로 고용하겠다”

전씨는 다른 피해자에게 ‘기업 회장의 숨겨진 혼외자’라고 속여 7000만원 넘는 돈을 가로챘다. 2019년 6월 제주도에서 또 다른 피해자 B씨에게 “나는 도내 C회장의 혼외자로, 오는 10월 복귀할 예정이다. 복귀하면 비서로 고용하겠다”며 “법인 근무를 위해 신용등급을 올려야 하니, 이에 필요한 8000만원을 달라”고 거짓말을 했다.

당씨 전씨는 B씨에게도 자신을 남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전씨는 남자도, C회장의 혼외자도 아닌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B씨를 비서로 고용할 능력 역시 없었다. B씨는 그해 7~8월 7284만원을 전씨에게 송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아파트 임차보증금, 생활비, 기존 채무 변제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고 지적했다.

남현희는 지난 23일 월간지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전씨의 첫인상에 대해 “너무나도 어린 친구가 경호원을 대동하고 들어와 놀랐다. 똘똘한 부잣집 도련님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 1월 “업무상의 이유로 급히 펜싱을 배워야 한다. 꼭 이기고 싶어 직접 교육을 받고 싶다”며 연락했다고 한다. 남현희와 전씨는 훈련을 위해 펜싱장에서 처음 만났다.

5년 전 전씨는 ‘프리랜서 말 조련사’

여성조선은 전씨를 미국에서 태어난 재벌 3세이자, 뉴욕에서 승마를 전공하고 대회 우승 이력도 있지만 10대 때 심각한 부상을 당해 19세에 은퇴했다고 소개했다. 전씨는 22세였던 2018년 프리랜서 말 조련사로 일했다. 관련 이력은 판결문에도 등장한다.

전씨는 2018년 4월 19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피해자 D씨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말 관리사이고, 손님의 안장을 훼손해 보상해줘야 한다. 급히 필요하니 돈을 빌려주면 갚겠다”고 속여 당일 99만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나온다.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D씨로부터 18차례에 걸쳐 모두 5769만원을 받았다는 게 판결문 내용이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은 프리랜서 말 조련사로 일하고 있었지만 손님의 안장을 훼손한 사실이 없었다. 처음부터 피해자에게 돈을 빌리려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며 “유흥비, 생활비, 기존 채무 변제 등으로 사용할 생각으로 피해자를 기망해 돈을 빌렸다”고 질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