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지하철 광고판’ 소송전…대법 “서울교통공사가 손해배상해야”

입력 2023-10-25 16:15

대법원이 서울교통공사와 광고회사가 지하철 2호선 객실 내 광고판 설치 위치를 놓고 벌인 소송에서 광고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사가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사는 2009년 공사와 계약을 맺고 광고료 250억원을 납부한 뒤 객실과 역사 내 표시기를 이용한 광고 사업권을 받았다. 사업권은 A사가 16년 동안 객실 천장 중앙의 객실표시기를 이용하거나 해당 위치에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책정됐다.

당시 38편성 256량 신형전동차는 객실표시기가 이미 전동차 천장 중앙에 설치된 상태였다. 50편성 478량 구형전동차는 A사가 객실표시기를 천장 중앙에 직접 설치해 관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4년 7월 도시철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전동차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공사와 A사 간의 대립이 시작됐다.

공사는 기존 구형전동차에서 교체될 신형전동차의 객실표시기를 천장 중앙이 아닌 측면 출입문 상단에 설치할 것을 A사에 요구했다. 공사는 객실 천장 중앙에 객실표시기를 설치할 경우 CCTV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사는 객실표시기를 측면에 설치하라는 공사 측 요구를 거부했다.

A사와 공사 측은 2018년 7월 20일 전동차 객실 내 광고운영권 반납과 그간 설치한 시설물에 대한 보상금과 관련해 논의했다. 그러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A사는 이듬해 3월 공사를 상대로 10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다. 공사는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21년 3월 A사에게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다.

1·2심은 공사 측 배상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객실표시기를 중앙에 설치해 A사가 광고 사업을 전개하도록 승인·협조할 의무도 없다고 판단했다.

1·2심 재판부는 계약서상 ‘시설물 종류·규모는 계약 체결 이후 전동차 증설·확장 등 여건 변동이 있을 경우 조정한다’라고 적힌 점과 2014년 도시철도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사가 전동차 내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CCTV 설치를 부담하게 된 점 등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사가 A사와 계약을 유지할 의무가 있으며 CCTV 설치로 시설물을 객실 측면에 설치해야 한다는 것은 공사 측 주장이지 절대적인 것으로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전동차 사업의 매출이익과 직결되는 광고 사업의 운영 조건이 이 사건 계약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며 “공사는 쌍방이 계약 당시 합의한 광고 사업의 운영 조건을 계약기간 동안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철도법 개정으로 객실표시기의 중앙설치를 측면 설치로 변경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표시기를 중앙에 설치할 때 CCTV 설치가 불가능하다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도시철도법 개정 후 피고가 최근 도입한 신조 전동차 중에는 객실표시기가 중앙설치된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